우리사회 장애여성은 장애인과 여성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채 집단적 정체감을 형성할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는 19일 서울여성플라자 세미나실에서 장애여성의 생애주기-섹슈얼리티 안에서의 구조화를 주제로 한 발표회를 개최했다.

장애의 개념, 장애여성의 생애주기에서의 성에 관한 논의를 펼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장총련은 장애인 당사자주의 이념에 입각해 장애인 당사자의 정책 참여를 도모하고자 인권정책기획단, 문화정책기획단, 무장애도시정책기획단 3개의 정책참여기획단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인권정책기획단에서 마련한 자리로서 서주관 단장은 "우리 기획단은 장애인, 특히 장애여성의 생애주기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보다 구체적으로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 안에서의 구조화 측면을 심도 있게 다루어 보려고 했다"고 의미를 전했다.

서 단장은 "장애인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성별적 구별 없는 장애를, 그 다음에는 남성으로 이해하고 있기도 하다"며 "장애인에게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구분해내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장애인 중심적 사회에서 장애인이 소수인 것처럼,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여성이 더 소수인것처럼, 장애여성에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이중 삼중으로 점철된 억압과 차별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연맹 윤삼호 정책팀장

이에 한국장애인연맹 윤삼호 정책팀장은 장애, 장애여성, 여성장애라는 단어가 가지는 차별성에 대해 언급했다.

윤 팀장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개인은 누구나 다른 개인이나 집단의 타자로 존재가히 마련이기에 그 타자의 속성과 존재가치에 좋게 든 나쁘게 든 언어를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정의 혹은 이름짓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장애인도 마찬가지라며 지금까지 그랬듯이 장애인을 무능한 존재로 정의한다면 장애인들에게 동등한 교육과 노동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어가 부여하는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운동에서 장애가 있는 여성을 가리켜 '장애여성'이라 부르는 개인이나 집단이 있는 반면 '여성장애인'이라 부르는 쪽도 있다.

이에 윤 팀장은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는 용어가 두가지여서 장애운동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장애가 있는 여성을 지칭하는 용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용어에 대한 논쟁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프렌드케어자립생활센터 서주관 소장은 이번 발표를 통해 장애의 개념, 장애여성의 생애주기-섹슈얼리티 안에서의 구조화에 관해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 소장은 장애성의 성 문제가 우리 사회 전체의 성 문제와 전혀 상관이 없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과 우리 사회 여성 문제는 고스란히 장애여성의 성 문제에 투영돼 있다며 장애여성이 가지는 갈등과 모순은 장애남성의 그것과는 또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가족제도가 갖는 불합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족 구성권, 성적 자기 결정권, 장애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는 권리가 향상되어야 하며 성과 출산에 있어 평등권, 여타 다른 지원, 권리 실현을 위한 사회적 조건들 속에서 변화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덧붙여, 장애여성을 위해 △미혼 장애 여성을 위한 산부인과 도우미 파견 △상담소의 역할 확대 △성교육을 위한 정보지 제작 및 배포 △관공서를 통한 성교육 의무화 △결혼을 선택한 여성을 위한 생활 교육 등을 확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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