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5000∼6000명의 어르신이 오가는 종로 탑골공원 일대가 간판부터 화장실까지 어르신을 배려한 ‘고령화 서비스 디자인’을 입었다.

서울시는 탑골공원 북문부터 낙원상가까지 100여ｍ 구간을 고령화 서비스 디자인을 적용한 ‘락희(樂喜) 거리’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우선 거리는 옛 글씨체를 담은 간판을 내걸고, 1960∼1970년대 유행한 영화 포스터를 벽화로 그려 ‘그 시절’을 떠올리는 분위기로 꾸몄다. 지난해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어르신을 위한 7가지 대표 서비스 ‘락희7’(Lucky 7)을 선보였다.

‘락희7’ 핵심 서비스는 ▲ 상냥한 가게 ▲ 어르신 우선 화장실 ▲ 어르신 이정표 ▲ 지팡이 거치대 ▲ 심장 응급소 ▲ 이심전심 매뉴얼 ▲ 큰 글자 메뉴판 등이다.

상냥한 가게는 어르신이 약을 먹을 때 마실 생수를 제공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하고, 건강에 좋은 현미밥을 내놓는 등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 락희거리 상점 가운데 점주들이 동의한 11곳을 선정, 쉽게 알아보도록 서비스마크도 달았다.

상냥한 가게 중 이발관 1곳은 어르신이 화장실 안에서 눈치 보지 않고 실금·실변 등을 처리하도록 변기 일체형 세면대를 두고, 안전손잡이와 미끄럼 방지 타일을 설치했다. 눈이 침침하고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어르신을 위해 글자를 키우고, 눈에 띄는 표시 등을 적용한 어르신 이정표도 2개 설치했다.

상냥한 가게 테이블과 화장실 등 어르신 방문이 잦은 곳에 지팡이 거치대 40개를 설치하고, 락희거리에 자동 심장충격기를 비치해 비상상황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상냥한 가게 등 11곳에 어르신과 직원이 지켜야 할 에티켓을 메뉴판이나 포스터로 만든 ‘이심전심 매뉴얼’을 붙였다. 세대 차이 등 오해 없는 소통을 돕는 장치다. 시력이 떨어진 어르신들이 돋보기나 주위의 도움 없이도 주문할 수 있도록 ‘큰 글자 메뉴판’ 25개를 만들어 배치했다.

이 사업은 2017년 주민참여예산 사업에 선정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된다. 8월 탑골공원 주변 거리 정비를 시작한 종로구는 내년 상반기까지 환경개선 사업과 함께 거리청소, 공중선 정리 등도 추진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상인과 함께 어르신이 편리하게 이 일대를 즐기실 수 있도록 조성했다”며 “환경개선에서 끝나지 않고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불편한 점을 디자인으로 바꾸는 일을 모범사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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