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봄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19일, 덕수궁 매표소 입구에는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단체 견학 나온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오랜만의 봄기운을 만끽하기 위해 나온 관광객들속에서도 확연히 눈에 띄는 한 무리가 있다. 휠체어를 밀고, 또 장애인과 손을 꼭 잡고 오순도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들어오는 사람들.

이들은 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안규태)이 거동의 불편으로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했던 중증장애인 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궁 및 문화공연 '문화기행단' .

꽃샘추위가 한풀꺾인 지난 19일. 우리은행 드림팀 13명과 중증장애인 13명이 1:1 문화기행에 나섰다.

이날 행사는 이동 및 편의시설 문제로 문화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의 다양한 문화체험을 위해 기획된 것으로 특히 우리은행 FB 사업부 '드림팀'의 직원인성교육프로그램과 연계, 중증장애인과 1:1로 진행되어 더욱 뜻깊었다.

이날 나들이를 나온 복지관 식구들은 오랜만에 만끽하는 자연과 자유가 마냥 즐거운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관찰하느라 정신이 없다.
정신장애를 가진 이숙희씨는 워낙 사교성이 좋아 때로는 본의아니게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오늘만큼은 지나가는 이들 모두에게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하기에 바쁘다.

이씨는 "너무너무 좋다"며 "나중에 엄마와 같이 오고 싶다"고 나들이의 기쁜 마음을 전했다.

장애인과 자원봉사자는 다정한 대화를 통해 쉽게 하나가 된다.

또 조연신(27·지체장애)씨는 "덕수궁에 처음 와봤는데 날도 따뜻하고 볼 것도 많아 기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드림팀 김유선 대리는 "주말이라도 이렇게 나올 기회가 잘 없었는데 너무 좋다"며 "같이 나온 장애인들보다 우리가 더 웃을 수 있고 많은 것을 배울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덕수궁을 둘러보는 중간중간 드림팀원들은 짝이 된 장애인들이 혹시나 추울까하는 맘에 손도 잡아주고, 쉬는 틈을 타 다리도 주물러 주며 예전부터 알고 지낸 다정한 친구처럼 스스럼없는 일상생활을 이야기하며 장애의 벽을 뛰어넘었다.

쉬는 시간. 혹시나 장애인의 다리가 아플것을 고려한 봉사자가 직접 다리를 주물고 주고 있다.

이날 덕수궁 가이드로 나선 방아골복지관 박미자 사회복지사는 "덕수궁 내의 편의시설이 이렇게 미흡한지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며 "더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이 곳을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이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도착한 정동극장에서의 '난타'공연.

복지관 행사요원들은 80분이라는 공연시간이 50분 일하고 휴식을 취하는 장애인들에게는 다소 무리가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공연 중간중간 화장실을 다녀와야하는 불편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공연에 집중하고 같이 웃고, 손뼉치는 등 한마음 한뜻으로 장시간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관람했다. 

처음 장애인을 접했다는 정동극장 한 직원은 "처음엔 낯설고 어색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는데 먼저 웃어주고 손내밀어주는 친구들 덕에 쉽게 친해졌다"면서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장애를 이해하는 것은 이론적인 교육보다는 이렇게 직접 장애인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심재희 과장은 "이런 봉사활동을 통해 직원들에게 뭔가를 얻게 해줄 수 있고 또 나아가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등 일거양득"이라며 "내가 신입사원 때 이런 팀이 구성되지 않은 것이 아쉽고 요즘 신입사원들이 너무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관에서 프로그램을 알차게 잘 짜고, 끝까지 아무 사고 없이 진행되어 좋았다"면서 "하지만 기획단계부터 우리은행팀이 참여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이창현 팀장은 "우리는 흔히 장애인에게 봉사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문화기행은 '문화'라는 공감대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며 "앞으로 맛기행, 지역축제기행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참여한 봉사자들은 행사 후 진행된 자체 평가 토론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지하철을 이용하고, 고궁을 관람하면서 우리나라의 편의시설이 이렇게 미흡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면서 "편의시설만 제대로 되어 있어도 중증장애인들의 문화생활이 한층 수월해 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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