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캡쳐

아직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퇴직하고 우울증에 빠지거나 새로운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6 국세통계연보'에서 2014년 창업해 2015년 처음으로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개인사업자가 106만8000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반면, 지난해 기준으로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73만9000명에 이른다. 이중 3분의1만 살아남은 셈이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1차 베이비붐 세대라고 말한다. 이들이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진입하는 2020년부터 우리 사회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이로 인해 고령사회의 진입이 벌써부터 노동시장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정부는 대책마련을 속속 내놓고 있다. 사회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근로자에게는 좀 더 일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공익적 목적에 따른 조처, 이름하여 ‘제1차(2016~2020) 노후준비 지원 5개년 계획’.

정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정년 60세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중장년층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은 정년 60세 연장법은 2013년 5월 22일 개정됐다. 현행법에 권고조항으로 되어 있던 55세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 의무화하던 단계를 거쳐 올해부턴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근로자 입장에선 반길 만한 정책이겠으나 사업주들의 고민은 깊을 것이란 예측이다. 법 시행과 더불어 기존의 60세 미만 정년 규정을 근거로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면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때문에 사업주와 노동조합은 정년 연장과 연계해 사업장의 개편을 포함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는 의무도 지게 됐다. 여기에서 필요한 조치라는 것은 임금체계 개편을 말한다.

법률 조항에는 벌칙 규정을 두고 있진 않지만 정년 연장 기간이나 감액률 등을 감안해 종전 정년 이전부터 임금을 조정하거나 종전 정년 도달 후 임금을 조정하는 방법 등 사업주와 노동자 간의 상생 방안이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이와 맞물려 국가노후준비위원회가 내놓은 ‘제1차 노후준비 지원 5개년 기본계획’에 따른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이 늦춰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자료: 보건복지부/한국노동연구원>

정년이 60세로 연장될 경우, ‘소득 공백기(income crevasse, 소득 크레바스)’가 생겨 은퇴자들의 생활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다.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현재 61세다. 하지만 2018년에는 62세(1957~60년생), 2023년 63세(61~64년생), 2028년 64세(65~68년생), 2033년(69년생 이후) 65세로 점차 늦춰지게 돼 있다. 현재로선 수령 연령이 1년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점점 벌어져 5년이나 소득 공백기가 생긴다. 5년 동안 소득 없이 지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어떤가.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은 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 했다. 이어 2006년에 65세로 연장했다. 주지할 것은, 국민연금 수령 연령과 정년을 맞췄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정년이 끝난 근로자들의 생활을 나라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를 종국에는 기업이 부담하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한 정년 60세‘라는 공약이 법제화되는 과정에서 왜곡돼 정년연장은 의무화 됐지만 임금피크제는 기업과 노동자 간의 합의사항으로써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60세 정년 연장은 청년 신규채용의 위축과 취업난, 노동시장의 경직,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 삭감 등 다양한 사회 경제적 문제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와, 날로 심각해지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 동시에 중장년층의 소득증가로 빈곤 문제 해결, 숙련된 인력난 해소라는 등의 긍정적인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마저도 회의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의 실제 퇴직연령은 55.7세, 생산직은 58.7세다. 지금도 50대 중반에 퇴직하는 마당에 정년 연장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또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임금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나라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264만명(13.7%)에 이른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6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이들에게 60세 정년 연장은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임금피크제나 정년 연장법이 임금삭감이나 노동시장의 착취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제도장치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김명화  mh6600@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