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년 만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놨다. 이번 개편안은 2014년 2월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불거진 형평성 논란에 대한 대책마련으로써 지난 2015년 1월 말 추진하던 개편안을 백지화한 지 2년 만이다.

당시 ‘송파 세 모녀’ 사건을 통해 세 모녀가 극심한 빈곤 상태에서도 재산 평가소득이 적용돼 월 4만8000원의 건보료를 내야 했다. 반면, 연금 등 월급 이외의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피부양자로 '무임승차'하는 사례가 겹쳐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2015년 당시 '연말정산 세금 폭탄'과 메르스 사태, 지난해 4월 총선으로 인해 개편안 확정이 지금까지 미뤄져 왔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의 핵심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내리고 고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의 보험료를 높이는 단계적인 개편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수입을 추정해 건보료를 산정했으나, 2018년부터는 연소득 3400만원 초과자인 경우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을 제한해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가입자 606만 가구의 건보료 부담은 줄어드는 반면 직장가입자 26만 가구와 피부양자 47만 가구의 건보료 부담은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2018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세 차례를 거쳐 적응기간을 두겠다는 의도여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인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차차기 정부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때문에 정부의 의지를 문제삼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개편안의 핵심 골자인 '소득파악률'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의 문제다. 소득파악률은 세무조사와 세제개편 작업이 필요한 국가 재정개혁 과제와 맞물려 있다. 국세청의 소득 데이터를 활용해 탈루 소득을 파악하고 간이과세제도 개편 등을 통해 국세청의 레이더를 빠져나가는 소득을 찾아내야 한다.

 

세 번째는 6단계 추진 과정을 거치면서 최소 2조3108억원의 재정소요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추산은 과도기 동안 보험료를 더 내는 세대에 대해 인상분을 면제해주는 등 초기적응 비용을 감안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은 야3당의 직장과 지역가입자 구분을 없애고 소득만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정부의 3단계 점진적인 추진과정을 갖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의 저소득층 건보료의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고 고소득자와 자산가의 무임승차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춘 안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아직도 63~79%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이 빤히 보이는 직장가입자만 봉이 되는 꼴이 될 수 있다.

 

또 3단계 추진과정에서 지역가입자 부담은 지금보다 연간 3조원 넘게 줄지만 직장가입자는 3500억원을 더 부담해야해 현행 건보의 재정이 해마다 2조3000억원씩 출혈이 예상된다.

 

때문에 재정 중립적인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가 해결해야 할 난제이다.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계층의 저항을 최소화하려면, 세제와 연계한 입체적인 개편안 후속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