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능안마을 주민들이 공사장 입구에 요양원 건축을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의왕시 내손동 노인복지시설(요양원) 건축이 '님비' 논란 속에 중단된 지 6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시와 주민들, 건축주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의왕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8월 초 내손동 능안마을 입구인 128의 1 일원의 연면적 1498㎡(약 450평)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노인복지시설 건립을 허가했으나, ‘임영(臨瀛)대군 파종회’와 주민들의 반대로 지금까지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임영대군은 세종대왕의 넷째 아들이며, 능안마을 진입로 인근에는 경기도문화재 98호인 임영대군 능과 사당이 있고, 이곳에서 반경 500ｍ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설 곳은 이 보호구역 옆이다.

임영대군 파종회와 주민들은 문화재보호구역 인근이면서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 요양원이 들어설 수 없다며 공사장 입구에 컨테이너로 가건물을 짓고 수시로 시위를 여는 등 실력으로 공사 진행을 막고 있다. 컨테이너에는 전기시설까지 갖춰져 노인회 회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세종대왕 제4왕자 임영대군 파종회’ 관계자들은 “어린이집이나 연립주택을 짓는다면 모를까 마을 입구이면서 마을 한복판인 곳에 앰뷸런스가 들락거리는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서게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이처럼 실력으로 공사를 저지하는 데 대해 의왕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을 시가 나서서 그러지 말라고 말릴 수는 없다”며 “건축주와 주민들이 원만하게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축주 “주민들에게 해가 되는 시설도 아니고, 시가 정식으로 허가를 낸 노인복지시설을 못 짓게 하는 것은 전형적인 ‘님비’이며 불법행위인데도 시는 건축주가 해결하라며 손을놓고 있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건축주는 또 “마을 노인들이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못 짓게 하는데 동원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이 시설이 마치 마을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처럼 주민들을 선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시가 나서서 그러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공사가 6개월 가까이 중단되면서 이자 등 손실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