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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균 "화목의 바람을 일으켜라, 자성하라 절실히, 국가가 혼란하다"사회복지는 사람답게 사는 것, 인간성 회복운동
김명화 | 승인 2017.02.02 11:58
(사)함께하는 사랑밭 최성균 이사장
회색빛 경기 침체. 많은 이들이 조금은 더 길어질 거란 우울한 분위기를 체감하는 요즘. 사회 안팎으로 고조되는 위기의 상황에서 어떤 위로와 대안이 필요할까. 역설적이게도 (사)함께하는 사랑밭(이하 사랑밭) 최성균 이사장은 ‘가진 것을 더 쪼개고 나누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려울수록 기부를 더 많이 한다’는 얘기에 선뜻 공감을 망설이는 기자에게 그가 쉽게 설명했다. ‘엄마의 배가 고플수록 아이에게 젖을 더 물린다’고.

일찌감치 범 사회복지계를 두루 거쳤다. 현재는 사랑밭 이사장으로, 또 미래복지경영 회장으로, 국민대 행정대학원 교수로도 출강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스스로 NGO 활동가이길 자처한다. 진실된 땀방울의 감동을 경험하지 못한 사회복지사는 있을 수 없기에. 이론가가 아닌 실천가임을 자부하는 그는 50여 년을 복지맨으로 잔뼈가 굵었음에도 본인 명의의 복지시설 하나 없다. 한눈팔지 않고 한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가 사랑과 나눔의 소중한 가치에 기대 그려온 ‘사회복지’에 대한 큰 그림은 다름 아닌 ‘인간사랑’이었다.
 
관계맺음, 나눔의 동행

왕성한 활동뿐만 아니라 얼마 전 암 수술을 받았음에도 그 어디서도 병색은 찾아볼 수 없다. ‘77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듯하다. 그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교회사회사업가로 활동하면서 복지계 첫발을 디뎠다.
“우리나라가 잘 살기 시작한 게 얼마나 됐나. 복지계의 척박한 길을 헤쳐 오면서 어려움은 당연하다. 50년 남짓 외길인생이지만 혼자 걸어온 건 아니다. 사회복지사협회장을 역임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사랑밭이나 미래복지경영도 같은 길 위에서 만난 길이다. 내 열정의 마지막 고지. 사랑과 나눔의 한 꼭짓점에 있다.”

외길을 걸으며 마주한 고난 속에서 그는 많은 이들의 덕을 봤다. 고마운 이들이 있어 여기까지 즐겁게 올 수 있었다고 술회한다. 그가 열거한 고마운 이들은 사랑밭 설립자인 권태일 목사를 비롯해서 지금은 타계한 한동대 석좌교수를 지낸 이윤구 박사, 인클로버재단 한용외 이사장 등 우리나라 복지계를 이끌어온 큰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과 동지로, 스승으로 동거동락 하면서 복지계를 두루 섭렵했다.

“권태일 목사님은 사랑밭 설립자다. 사랑밭은 권 목사님이 1986년 간질에 걸린 화상 입은 노숙자를 집으로 데려와 보살피면서 시작됐다. 이후부터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거두며 사랑밭을 키웠다. 현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이윤구 박사님은 한국월드비전 회장과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맡았던 분이다. 올바른 복지의 방향성을 이들에게 배우며 나를 세운 셈이다. 사회복지는 이러한 관계맺음이다. 관계로 맺는 사랑의 띠.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건 관계를 통해 행복을 나누기 때문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이보다 행복한 직업이 있을까 싶다.”
돌이켜보면 우린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복지와 마주하던가. 일상이 복지다. 지하철에서, 크리스마스시즌에 자선냄비, 또는 사랑의 리퀘스트 등등. 그의 말대로 복지는 일방통행일 수 없다. 나눔을 통한 관계맺음이기에.
 
공정한 팩트(fact), 신뢰가 우선

최 이사장은 “지인들이 시설 하나 만들지 않느냐고 야단이다. 제대로 해보라고. 근데 그런 마음조차 경계한다. 지금처럼 비운 마음으로 운영할 자신이 없다”는 겸손한 고백을 내놓는다. 그러면서 “그 결심은 지금까지 잘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바보 같다고 해도 흘려듣고 묵묵하게 주어진 길을 갈 뿐”이란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봐왔을 터. 그는 정보 공개를 통한 투명한 경영이 검증받을 때 복지시설 전반에 대한 고질적인 병폐를 일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랑밭이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 대상에서 소외된 이들을 보듬은 지 30세가 됐다. 아직은 청년이지만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끌어안고 아픔을 나눈 시간으론 결코 적지 않다. 노인, 장애인, 아동 공동체 시설 운영 등등. 미약한 시작에 비하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을 만큼 사랑밭은 창대해졌다. 투명하게 운영해온 덕분이라고 믿고 있다.”
사랑밭은 현재 서울을 비롯해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천안, 강원, 제주지역에 지부를 두고 있다. 무의탁노인·장애인 공동체 ‘즐거운집’, 무의탁아동 공동체 ‘해피홈’, 노인요양원 ‘실버홈’으로 나눠서 운영될 만큼 지체도 늘었다. 뿐만 아니라 학교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 독거노인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 무료 급식소 소망의밥 등, 사랑밭이 돌보는 곳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기부문화, ‘풀뿌리 나눔으로’

최 이사장은 “나 중심의 가치관에서 이기심과 분쟁이 촉발한다. 할 수만 있다면 타인 중심으로 의식의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행복의 띠가 더 크고 넓게 펼쳐지도록. 우리사회 기부문화 조성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한다. 특히 요즘 ‘노블레스 오블리쥬(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사회 분위기가 절실한 시기임을 환기시키며, “사회 기득권층의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사회복지가 비롯된다. 기부문화는 모든 문화의 척도를 재는 풍향계이자 저울추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랑밭이나 미래복지경영은 사회복지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기부자의 기부금을 성공적이고 보람되게 운영하기 위해 공익활동을 펼친다. 미션과 비전을 중심에 두고 모금활동을 벌인다. 돈보다 관계 형성이 중요한 만큼 미션과 비전을 공유하는 기부자들을 모으는 것이다.
“다양한 모금 채널을 두고 정기 또는 비정기 후원자를 모집한다. 특히 정기 후원자의 개발이 가장 큰 과제다. 어린 시절부터 나눔과 기부에 대한 가치를 생활 속에 심는 캠페인을 전개해오고 있다. 지역사회와 자원봉사자들이 주도하는 풀뿌리모금이 더 확대되길 고대한다. 이렇게 민간의 나눔 문화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나눔기본법’은 재점화 돼야 한다.”

지난해 7월, 여야 3당 의원들이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기부금에 한정한 세제혜택을 자원봉사나 재능기부에도 적용, 더 나아가 기부금의 일부를 연금으로 돌려받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나눔기본법’은 2011년 11월 국가정책조정회의와 당정협의 등에서 처음 추진됐다. 하지만 나눔을 관(官)이 개입하게 되면 오히려 자발적인 기부문화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와 함께, 기존의 관련법과도 중복된다는 등의 문제제기로 무산됐다.
 
제도개선, ‘복지사의 정체성 확립’

“적시적소에 사회복지사들을 파견하기 위해서라도 ‘나눔기본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사회복지 실천가들의 수렴을 거쳐 다시 논의되길 고대한다. 사회복지는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찾아내서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 의료행위와 다르지 않다. 복지의 공정한 팩트(fact)는 ‘시의적절한 나눔’에 있다.”
그러면서 그는 또 하나, 사회복지사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이고, 가장 아픈 부분이라고.
“국내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만 80만 명에 이른다. 반면, 다른 직종에 비해 가장 열악하고 척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사회복지사 1급 소지자에 한해 전문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 2013년부터 이러한 제도개선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최 이사장은 2002년 사회복지사협회장을 맡게 되면서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월드비전에서 은퇴한 후 미래복지경영에 합류한 것도 처우개선을 통한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을 높여보겠다는 의지에 대한 실천이었다. 미래복지경영에서 매년 시의적절한 포럼을 개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사회복지사 해외연수, 전국사회복지사대회 개최, 제2차 사회복지사 1급 국가시험제도 연구, 사회복지사 1급 국가시험 관리위탁, 전문 사회복지사 자격시험 실시 등을 추진해왔다.
 
사회복지, ‘인간성 회복운동’

그의 탁자에 화풍청목和風淸穆, 자성절실自省切實, 국가혼란國家混亂이란 사자성어가 눈에 띈다. 화목의 바람을 일으켜라, 절실히 자성하라, 국가가 혼란하다.
“사회복지는 사람답게 사는 것, 인간성 회복운동이다. 학생들에게 3H(Head, Heart, Hand of feet)를 품으라는 건 ‘인간을 사랑하느냐’의 원초적인 질문을 해보라는 의미다. 그런 다음 부지런해라, 봉사를 통해 인간이 성숙해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는 1시간 이상 걸려 대중교통으로 출근한다. 가르치는 대로 행하고, 행하는 대로 가르치는 게 교육이라 생각해왔다. 그만큼 와 닿고, 실천하는 사회복지를 잘 알기에.
“올해는 미래복지경영이 창립 10주년을 맞는 해다. 10년사 출간을 앞두고 ‘미래복지경영을 움직인사람들’과 관련한 책 출간을 준비 중이다. 사회복지서비스 프로그램인증센터 개소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의 그린월드’ 작업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사랑의 그린월드’는 사랑밭이 목표를 두고 추진하는 복지도시다. 50년이라는 절대 기간을 산정해 두고 통합라이프시스템이 완비된 복지도시 구상을 각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해 추진하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복지, 환경 분야의 각계각층을 망라한 인력, 재력, 지력이 총체적으로 모여 이뤄야 할 백년대계의 유업, ‘사랑의 그린월드’. 그가 그려온 그림에 방점을 찍는 작업이기도 하다.

김명화  mh6600@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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