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앞둔 정혜경씨는 ‘노인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종합병원, 노인전문병동, 실버타운 등에 취업이 가능하다는 한 민간자격협회의 신문광고를 보고 귀가 솔깃해졌다.
이 협회에 전화를 걸어 자격증 취득에 관해 문의한 정씨는 “교재를 구입해야 한다”는 상담원의 말을 듣고 “우선 교재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이후 정씨는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재를 받았으나 내용이 미덥지 않아 반송했다. 그러나 협회측은 “위약금을 지불하기 전에는 교재를 반품 받지 않겠다”고 했다.
김연우씨도 자격증 취득을 위해 교재 구입 계약을 하면서 대금 58만원을 지불하고, 4권 정도 사용했다. 김씨는 뒤늦게 민간자격증이라는 사실과 함께 병원 등에 취업이 가능하다는 협회측의 주장에 신뢰가 가지 않아 계약 해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협회측은 이를 거부했다.
‘한국민간자격협회’가 일간지 등에 대대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노인복지사 취득 열풍’ 광고가 구직자들을 울리고 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노인복지사 자격증 따면 취직 100%보장이라더니 지금 와서 발뺌하면 어쩌란 말인가’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피해자는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노인복지사 책을 구입해 자격증까지 따고 인생을 거기에 걸었는데 지금에 와서 노인복지사 자격증이 공인 자격증이 아닌 민간 자격증이라며 아무 쓸모 없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그것만 믿고 노력해온 저는 보상을 어떻게 받느냐? 그리고 제2, 제3의 피해자가 계속 나올 것 같아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도 노인복지사 자격증 취득과 관련한 피해접수가 지난해 12월 21일까지 267건에 달하는 등 끊이지 않고 있다.
통신판매업체에 불과한 이 협회가 자격증 취득을 내세워 58만원에 달하는 교재를 판매하고 환불조치를 해주지 않아 발생한 경우다.
한국소비자보호원 홍보실 박현주씨는 “노인복지사 관련 상담건수가 줄지 않고 있다”며 “대부분 국가공인자격증으로 잘못 알고 계약한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자격을 국가자격으로 오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자격증의 성격에 관한 구분을 광고에 표시하게끔 자격기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간자격협회 관계자는 “벌써 3회째 보는 시험으로 자격증을 취득하면 교육원에서 100%취업을 알선해주어 바로 취업이 가능하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합격생 중에서 취업한 사람이 있느냐. 어디서 근무하느냐”는 질문에는 “진짜 취업한 사람들이 있지만 내부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고 발뺌했다.
자격협회측은 광고에서 “고령화사회에 따라 노인요양복지의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며 “노인복지사는 21세기 유망직종으로 자격증을 취득하면 복지관이나 복지재단 등 사회복지영역에서 전문직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협회가 주장하고 있는 자격증은 국가공인 자격증이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민간자격증이어서 설사 취득한다고 해도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이 소비자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으나 복지부 등 관련부처에서는 주의만 당부하고 있을 뿐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어 ‘노인복지사 자격취득’ 과대광고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윤경 기자>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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