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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박모씨(61)와 큰딸 김모씨(36), 작은딸(33)은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란 메모와 함께 70만원을 남겨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두 딸은 신용불량자여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식당 일을 하며 홀로 생계를 지탱하던 어머니 박씨가 같은 해 1월 팔을 다치면서 이들은 당장 절망을 마주했다. 그러나 아무도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못했고, 정부 역시 먼저 이들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송파 세 모녀’는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 지 3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제2, 제3의 송파 세모녀가 나오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했나.
우선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바뀌었다. 정부는 최저생계비 대신 중위소득과 연동한 급여별 선정기준을 도입하고, 주거·교육급여 선정기준을 확대했다.
또 ‘부양의무자’ 기준도 상당 부분 완화했다.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유무를 판정하기 위한 소득기준을 297만원(4인 가구)에서 513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특히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부양의무자 가구는 추가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교육급여는 예외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다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는 데는 도달하지 못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요구를 부담스러워하는 배경에는 재원 문제가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추가 재정소요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기준을 완전히 폐지할 땐 향후 5년간(2018~2022년) 연평균 약 10조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7월에 발표할 ‘제1차 기초생활보장 3개년 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의 추가적인 완화 방안을 중심으로 내부 검토를 벌이고 있다. 기준을 완전 없앨 경우, 부양의무자가 고소득층이더라도 수급자가 되거나 자녀에게 재산을 사전 증여해 수급자가 되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정부는 긴급복지지원법도 개정했다. 위기상황에서 신속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을 강화했다. 지자체가 위기 사유를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지자체의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종전에는 ‘의료기관 종사자, 교원, 시설종사자, 복지위원, 공무원’으로 되어 있던 긴급지원대상자 신고의무자에 ‘장애인 활동 지원인력, 이·통장, 별정우체국 직원, 새마을지도자 또는 부녀회장’을 추가했다.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새로 만들어졌다. 이 법은 지원대상자 발굴을 위한 정보 공유 등 기관 간 협력과 단전·단수 등 정보활용 근거가 된다. 또 사회복지시설의 장과 종사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의료기사, 경찰 등이 사회보장급여를 필요로 하는 지원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신고하도록 의무를 지웠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에도 송파 세 모녀와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송파 세 모녀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건강보험료를 월 4만8000원씩이나 납부해야 했다. 실제 소득은 거의 없었지만 젊은 가구원이 포함돼 있고, 전세보증금도 있었기 때문이다. 개편안은 송파 세모녀와 유사한 경우에는 ‘최저보험료’로 월 1만3000원씩만 납부하면 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각지대는 존재하고 있고,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빈곤사회연대’는 송파 세 모녀 추모식을 연 뒤 낸 성명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발생하는 것은 정부에서 이들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찾더라도 제공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없을 만큼 제도의 장벽이 높기 때문”이라며 “송파 세모녀와 같은 사람들이 복지제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로능력평가(주기적으로 기초생활수급자의 노동능력을 평가해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와 같은 복지 장벽들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빈곤층을 발굴해도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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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mh6600@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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