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이명박후보(이후보)가 44.7%의 지지를 얻었다. 이제 관심사는 누가 당선되느냐라기보다 이후보가 과반수의 표를 얻느냐 못 었느냐인 것 같다.

이번 대선의 특징은 비젼이고, 정책이고, 복지고, 경제 앞에서 무력한 것이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는 이회창후보의 자녀 군대문제가 큰 쟁점으로 부각되었었는데 이번에는 아무도 이 문제는 거론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회창후보 아들의 군대문제는 이후보 자녀의 위장전입, 위장취업을 통한 부동산투기, 탈세문제 등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보는 자녀문제 외에도 선거법위반으로 유죄를 선고 받았고, BBK의 실소유주로서 주가조작과 횡령에 관여했다는 경제사범 의혹을 받은 사람이다. 검찰은 이후보가 실소유주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했을 뿐, 다스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김경준이 혼자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모았는지 경위를 밝히지 못했으나, 국민은 검찰발표 후에도 확실한 지지를 보여줌으로써 면죄부를 주었다.

부정부패와 같은 공인으로서 치명적인 약점에 면죄부를 주는 마당에 ’장애아 낙태‘와 같은 말 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것이 이번 대선의 민심이다.

민심이 이런 것은 정치소비자심리를 헤아릴 줄 모르는 노무현의 천방지축 말실수와 실정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후보의 탁월한 정치소비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 먹혀들기 때문이다. 
 
성장을 통해 국민을 골고루 잘 살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후보의 ‘성공’ 캐취프레이즈를 내건 마케팅은 마치 실직과 가계 빚 걱정에서 고통받는 서민도 다 같이 잘 사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후보가 구사하는 정치마케팅 수법 중의 하나는 총선후보, 당직, 보직 등을 미끼로 중심인물들을 움직인 후, 교수, 학생, 한국노총, 연예인 등의 여론선도자들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내어 여론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 작전은 최수종, 정준하, 김선아와 같이 후보지지선언행사인 줄 잘못 알았다거나, 김정은, 한재석, 에릭 등과 같이 자기 이름이 명단에 올라간 줄도 몰랐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더러 생기더라도 애초에 의도한 표심얻기에 적잖이 공헌하고 있다.  

복지계도 그러한 메타도어 전략의 예외는 아니다.
김성이 한국사회복지사협회회장을 이후보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뽑아 마치 사회복지계가 이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했는가 하면 문화일보에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은 경력 등의 이유로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검토 과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한나라당 근처에도 가지 않은 사람의 이름을 언론에 흘려 이런 기사를 쓰게 하는 것은 마치 사회복지계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운동계도 이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뉴앙스를 풍기는 메타도어 전략이다.  

복지인들은 이런 고도의 마케팅 수법에 현혹되지 않고 복지공약을 보고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후보의 사회복지 공약을 살펴보면 국가역할의 축소와 시장 의존성 강화를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보건의료계의 핵심적인 현안인 의료급여본인부담금제폐지, 건강보험재정 20~30% 국고지원 모두 반대입장이고, 선택진료제 폐지도 유보적이다. 그리고 장기요앙보험 국고지원 50%로 확대, 국공립시설 아동수의 30%로 확대에도 반대입장이다. 

‘약자를 돕는 따뜻한 시장경제, 맞춤형 복지’를 주장하며, 노인성 만성질환자 약값 국가부담, 5살까지 보육비 국가부담, 저소득층 유아교육비용 국가전액부담, 등의 정책을 내놓았으나, 기초보장의 충실화를 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조부모 양육수당, 민간보육인 고용지원금, 계층할당제, 정년연장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대안 제시가 없어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된다. 노인 기초연금제도의 단계적 상향조정을 제시했으나 구체적 적용범위와 급여수준이 제시되지 않았고, 높은 재정 부담을 마련할 방안제시가 없어 인기영합적 정책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공공의료기관 신증설을 반대하는 것은 효율성 제고에만 초점을 맞춰 보건의료의 공공성 확대나 보장성 강화정책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당장 2008년부터 시행되는 장기요양보험, 기초노령연금, 근로장려세제를 수행하기 위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완화라는 감세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기관 구조조정을 통하여 예산을 10% 절감하여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세금을 줄인 가운데 을 단지 공무원 내쫓기를 통하여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복지재원을 마련할 의사가 별로 없다고 해석된다.

이후보는 불을 보듯이 뻔한 시장중심 체제확대가 갖는 재분배성의 악화라는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이 이렇듯 열악하며, 유력 후보자 중에서 가장 선별주의-시장지형적 가치관이 뚜렷하다.

복지역사를 돌이켜 보건데, 전두환, 노태우, 등의 군사정권 시절에 건강보험,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되고 영구임대 아파트가 지어 지는 등의 복지개선이 있었다.

왜 그랬을까? 광주를 피로 물들이며 집권한 군사정부는 민심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심을 달래기 위해 복지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이후보가 너무 큰 표차로 당선된다면 민심관리능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복지를 간과할 가능성이 크다. 양극화문제와 더불어 열악한 복지문제는, 단순한 노동이나 복지문제가 아니라 사회권과 사회통합, 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한국사회 최대의 과제이다.

복지인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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