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법률적 근거나 과학적 근거 없이 장애인의 종류와 등급을 기준으로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을 구분해 정부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중증과 경증으로만 지원대상을 분류함으로써 발견하지 못한 수요가 다수 있었고 이로 인해 지원 받지 못한 장애인들의 불만이 계속되어지고 있다.

또한 장애인의 장애종별과 등급을 미리 등록시켜 마치 주민등록제도처럼 그걸로 평생 장애인을 관리하고 있어, 그 목적이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아닌 일률적 관리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원망도 듣고 있다.

이에 지난 13일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장애판정제도에 대한 포럼을 개최하고 현재의 쟁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의 범위를 주로 의학적 모델에 입각해 신체구조 및 신체기능상의 장애로 판정하고 있으며 장애의 유형을 정해 최저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각 장애유형에 있어서 최저기준에 부합된다고 하더라도 장애인 등록을 해야만 법정장애인의 지위를 가지게 되다.

하지만 우리나라 장애판정은 어떠한가. 현행 장애인등록·판정체계는 표준화된 평가기준이나 교육이 없이 장애 판정 지침서 한 권에 의지해 시행되어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한 장애인은 "제가 어릴적 화상을 입어 안면에 흉이 있다. 이것이 안면장애로 등록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안면에 화상으로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생활도 하기 힘들어 고통에 시달렸었다"면서 "나처럼 어떤 정의된 판정기준에 들지 못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을 것이다. 현행 판정기준은 너무 주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애판정에 대해 의학적 기준에만 의존하는 일률적이고 제한적인 판단기준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특히 판정기준이 장애로 인한 소득활동 상실 또는 근로능력 손실 정도를 입증하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볼 때 장애인 등록체계 개편은 하루빨리 진행돼야 할 것이다.

정해진 장애유형이란 틀 속에 장애인을 등록시켜 마치 관리하듯이 만들어진 장애판정제도는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에서 그 목적을 이미 벗어나 버린 것은 아닐까.

진선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