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

제17대 대통령선거에 당선된 이명박 당선자가 대선 다음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후 방명록에 작성한 이 글귀를 인용하면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언론보도를 통해 차기 정부는 '실용주의', '상호주의'를 대표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결국엔 국민 모두가 행복한 국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국가, 어느 누구도 차별 받지 않는 국가가 도래한다면 그깟 이름이야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이번 대선에서도 정책선거는 애당초 사라지고 이미지 선거를 전략 삼아 감성을 자극하여 한 표를 호소하거나 무조건 상대 후보를 깎아 내리는 네거티브 식의 선거만이 있었다. 이러한 대선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또 한번 긴 한숨을 지었을 것이다. 자신을 알리고 자신의 참된 정책과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헐뜯기만 하다 보니 대통령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점점 더 멀어지고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거나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등의 비판적인 말들만 우리의 귓전을 맴돌았다. 이러한 행동이 정치적인 것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투표에 참여한 63%의 목소리도 중요하겠지만 자기의 주권을 포기한, 혹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37%의 이유도 차기 정부는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에 대한 염증 혹은 기대감 저하로 투표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이들에게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정치를 보여줄 때라고 생각지 않는가.

여하튼 차기 정부는 일 잘하는 대통령이 나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747공약' 즉, '경제성장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그리고 끝으로 한국 경제를 세계 7위권 안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제안이다.

하지만 실용주의를 앞세워 성장에만 매달리다 보면 결국 가진 이들만 더 많이 가질 수 있고 가지지 못한 이들은 더욱더 빈곤해져 지금 도래해 있는 양극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 보다는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이들이 나누고 배려하는 데 더 인색하다는 것을 경험해보았기에 차기 정부의 정책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러한 불안이 공존하는 게 사실이다.

경제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추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어렵겠지만 차가운 ‘실용’이라는 단어를 표방해 가지지 못한 쪽을 배제시키거나, 후유증을 안겨주지 말고 부디 균형 있는‘착한 발전’을 이루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성장에 치우치다 분배를 소홀히 한다면 결국 같이 웃을 수 없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달리 국가는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때문에 국가는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부족한 사람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복지, 지역이 책임져야 할 복지, 사회와 개인 및 단체가 책임져야 할 복지가 서로 협력한다면 분배에 대한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당선자가 ‘따뜻한 불도저’의 모습으로 부디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권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진선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