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양된 복지사업을 각 지자체의 담배소비세로 충당하라는 것은 국민에게 담배를 권장해 골병을 안겨주고, 그 돈으로 암센터 등 기타 복지기관을 지어 치료해준다는 모순을 낳고 있다."

복지사업비의 지방이양에 따라 각 지역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과천시민회관 대강당에서는 지방이양사업에 대한 대처방안을 놓고 민관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주최로 마련된 이날 심포지움에서 한익희 보건복지부 지방이양사업평가팀장은 지방이양사업의 대처방안에 대한 정부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먼저 국고보조사업의 지방이양에 따른 문제점으로 분권교부세 산정항목의 포괄성 및 기준의 획일성을 지적했다.

이는 산정항목이 노인, 장애인, 기타 복지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시군구에서 이양된 사업에 대한 예산편성 등에 혼선이 우려되고, 또한 지자체의 관심 여하에 따라 사업의 중단 또는 축소 가능성이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종전의 국고보조 지원수준을 감안해 정해짐에 따라 신규사업을 반영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한 노인시설 등의 확충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재정자립도의 격차에 따른 지역간 빈부 및 자원배분의 격차가 발생"하고 "지자체 담당자의 기획기능과 관심 부족과 중앙정부의 재정이양 움직임에 대한 대비 부족 등으로 복지 품질의 격차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지방이양에 따른 다양한 문제점을 우려했다.

보건복지부 한익희 지방이양사업평가팀장이 지방이양사업의 대처방안에 대한 정부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한 팀장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정립을 통한 책임 강화를 최우선의 대처방안으로 제시했다.

우선 중앙정부의 역할로 △복지정책의 방향 및 기본계획 수립 시달 △정책의 우선순위 설정 △지자체 복지사업에 대한 지도 및 모니터링 △시군구 복지수준 평가 △재정자립도 차이에 따라 문제점 해소방안 강구 등을 제시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로는 △민간과의 상호보완적이고 협력적 관계 유지 △지역사회 욕구에 기반을 둔 복지사업 실시를 제안했다.

그는 이밖에도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지역복지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자체 복지수준 평가를 통한 복지정책방향을 유도할 것"을 당부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정무성 숭실대 교수(사회사업학)는 한 팀장의 발제에 대해 "정부의 대처방안일 뿐 지방이양의 핵심인 일선 전달체계에서의 대처방안이 마련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방분권화는 사회복지의 효율성 증대, 복지집행체계의 구축용이성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철저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정부의 입장에서나 국민, 민간사회복지기관의 입장에서 사회복지적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 교수는 지역사회복지의 최일선 조익인 사회복지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회복지관처럼 저비용으로 고효과를 내는 곳이 세계에 몇 개 나 있냐"며 반문하고 "사회복지관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복지인력의 노고와 희생을 인식하고 보완·보상할 수 있는 재정적 측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회복지관이 기초자치단체의 사회복지기구와 종속적인 관계가 아닌 지역사회중심 사회복지 서비스 공급기관으로서의 위상확립을 담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숭실대 정무성 교수는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정부대책을 비판했다.

그는 이를 위한 대안으로 사회복지관장들의 위상을 최소한 사회복지사무소장의 위상과 동일하게 가져가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자칫 관주도의 기구로 전락할 수 있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 공공기관, 기업, 사회복지기관, 시민단체, 종교기관 등이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제안했다.

박은주 전주시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은 정부의 지방이양사업 추진과 관련, "정부는 지역사회의 재정과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질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최근 정부가 제시한 전담공무원 1천800명 확충에는 행정직 또는 사회복지직으로 충원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엄연히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행정직으로 충원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인력관리까지 지방정부에 위임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사회복지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는 총액임금제와 맞물려 사회복지행정의 지방정부간 불평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 지자체장의 복지마인드에 의해 사회복지 수준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민과 관이 함께 하는 연합체를 만들어 정부의 정책적 흐름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지방교부세와 관련, 조흥식 교수는 "담배소비세로 복지사업을 충당하라는 정부의 방침은 한쪽에서는 금연분위기를 만듬과 동시에 또다른 한편에서는 흡연을 부추기는 행태"라며 '병주고 약주기'식의 정부 정책의 모순을 지적했다.

한편, 토론자들이 총액임금제에 대한 복지부의 계획을 묻자, 한 팀장은 "복지부 또한 총액임금제의 대상이기 때문에 어떠한 방안 등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관주도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로 고민하고 유도할 것을 약속했다.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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