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더 이상 ‘희망원’ 없게 하라’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생각이, 누군가에게는 배제의 원인일 수 있다. 37번째 4월 20일 장애인의 날(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대구지역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 부모 등은 ‘2017년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선언문’을 발표했다.

“제1조.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이다.”, “제2조.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살 권리를 가진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제3조. 우리를 보호한다며 시설에 가두지 말라.” 등 총 15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선언문은 대구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 정부와 대구시, 국가에 요구하는 사항이 담겨져 있다.

최근 6년 간 309명의 사망자와 불법 감금실 운영, 급식비 횡령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에 이르기까지 대구시립희망원 내에서 일어난 인권유린과 비리 사태가 벌어진 대구에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발표된 이번 선언문에는 장애가 있거나, 자녀를 양육하는 시민들의 절규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이하 420장애인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이 감당하지 못하면 지역에서 분리되어 시설로 들어가 평생을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들 생각한다”며, “보호라는 이름으로 결국에는 배제하고 분리하는 이런 정책들이 팽배한 가운데 모든 이들의 무관심 속에서 희망원과 같은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선언을 발판삼아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선언문은 지난 3월부터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 부모 등의 참여를 통해 한 단어씩, 한 문장씩 만들어졌으며, 지난 4월 14일 대구 중심지인 동성로 대백 무대에서 낭독되기도 했다. 이번 선언의 뜻에 동참하는 대구시민 482명 역시 연명을 통해 참여했다.

한편, 420장애인연대는 지난 3월 30일부터 20여일 째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해결과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보장을 위해 천막농성을 전개해 오고 있다.

2017년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선언문

우리는 대구시립희망원 수용시설에서 죽어간 모든 이들을 기억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또 다른 이름의 <희망원들>을 생각하며, 이 자리에서 우리의 권리를 선언한다.

우리는 장애인을 수용시설에 가두는 정책을 반대한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분리시키고 격리시키는 건 복지가 아니다. 시설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생활이 없고, 집단생활만 있다. 평생 규율과 통제를 따라야 하고, 나의 시간, 나의 공간, 나의 미래를 포기해야 한다. 지금 사회는 장애인에게 두 가지 선택만 강요해 왔다. 나의 삶을 포기한 채 시설로 가서 살아가든가, 아니면 지역에서 죽든 살든 알아서 하든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이다. 장애인은 시민으로서 권리가 있다. 우리는 장애인이 시설에 가지 않고 지역에서 살아갈 권리, 시설에서 나와 지역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한국사회와 지역사회에 공표하며, 마땅히 국가에 권리 보장을 촉구한다.

제1조.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이다.

제2조.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살 권리를 가진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제3조. 우리를 보호한다며 시설에 가두지 말라.

제4조. 발달장애가 있다고 강제로 입원시키거나, 시설로 보내지 말고, 지역에서 살게 보장하라.

제5조. 시설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든다는 걸 인정하고, 감옥 같은 시설을 폐쇄하라.

제6조. 우리도 지역에서 친구를 사귀고, 함께 살며, 지역에 기여할 권리가 있다.

제7조. 다 같이 지역에서 살 수 있고, 부모님에게서 독립할 수 있게 탈시설 정책을 만들어라.

제8조. 제일 먼저 대구시립희망원을 폐쇄하고, 탈시설을 추진하라.

제9조. 우리는 의식주 때문에 삶과 죽음을 고민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제10조. 우리를 두들겨 패거나 괴롭히지 말아라. 잔인하고 가혹한 행위를 멈춰라.

제11조. 우리가 대한민국 어디든지 갈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