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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고공단식농성을 끝낸 노동자들을 맞이하며, '우리 모두가 노동자다!'
조시훈 | 승인 2017.05.10 21:41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 노동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우리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귀족이 될 수 없고, 땀 흘려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물론 우리는 제각각 다른 처지와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그렇지만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래서 우리는 똑같이 노동자라 불렸고 지금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

어느새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되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지만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생산양식이 자연과 인간과 생명을 파괴하지 않고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외려 일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노동자의 자리는 더욱더 애매해졌고, 일을 적게 하면서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열렸다. 그러면서 노동자는 자신을 정의하고 곁의 노동자들과 손잡을 기회를 점점 잃어갔다. 정규직, 비정규직, 계약직, 일용직, 알바, 인턴 같은 수식어가 늘어날수록, 사내하청이나 간접고용 같은 조건들이 붙을수록, 존재는 더 흐릿해졌다. 사장이라 불리는 많은 자영업자들도 실제로는 프랜차이즈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에 가깝고 불안에 노출되어 있다. 세상이 바뀐 것 같지만 위기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생태적인 위기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고, 과학기술의 발달과 기계화는 위기에 대응하기보다 노동자의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지구라는 생태계에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고, 자원이 부족한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통령선거의 과제는 이 불안정함과 불안함을 줄이는 것이었다. 이미 문재인, 심상정 후보는 비정규직을 줄이고 노조법을 전면개정하며 불법지침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심상정, 유승민 후보는 상시지속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사용사유를 제한하며 최저임금 1만원을 2020년까지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했던 바를 잘 시행하길 기대한다.

그런데 삶은 절박하고 정책은 추상적이다. 대선후보들의 노동정책들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여유’가 있다. 노동현장은 당장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시간을 두고 보자고 말하는 후보도 있었다. 최저임금 1만원이 아니면 살아가기 어려운데, 계산을 해본 뒤에 결정하겠다는 후보도 있다. 이런 인식이라면 이번 대선으로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안정될 수 있을까?

더구나 노동조합을 ‘귀족노조’라고 부르는 대통령 후보와 언론들이 아직도 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대통령선거에 나온 후보들은, 그리고 대통령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인가?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다른 방법이 없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인가? 정치판만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더 기울어져 있다. 광화문 광고탑 위에서 6명의 노동자가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개정, 노동3권 완전 쟁취를 외치며 27일간 고공단식농성을 벌였다. 절박함에 내몰려 크레인 위에, 철탑 위에, 광고탑 위에 올라가 보지 않은 사람들이 귀족노조 운운하는 말을 내뱉다니.

그리고 귀족이라는 표현은 노동자의 것이 아니다. 귀족이라면 엄청난 특권을 누려야 하는데 노동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외려 귀족이라는 표현은 3대를 이어 세습하며 온갖 부정을 일삼아온 재벌가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다. 귀족노조라는 표현이 등장할 때는 언제나 재벌가들이 수세에 몰려 있을 때였다. 

정치인이나 언론이 ‘귀족노조’라는 말을 사용한다면, 노동자들 편에선 ‘진짜사장 나와라’라는 말이 항상 나온다. 일하는 회사, 월급 받는 회사 다르고 원청에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기이한 고용구조에서 배불리는 진짜사장 나오라는 말이다. 관리를 빌미로 점주들을 쥐어짜는 본사가 나오라는 말이다. 이것은 단지 임금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가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오늘 광화문 광고탑에서 27일간 고공단식농성을 벌였던 노동자들이 지상으로 돌아온다. 녹색당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로 이들을 맞이한다. 우리 모두가 노동자다. 

 

2017년 5월 10일
녹 색 당

조시훈  bokji@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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