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며칠 전 중앙일보는 일면 톱에는 “정책 죄다 대못질..., 못 빼기 어렵게 해.”, “악의적으로 박은 말뚝, 어떻게 뽑냐가 과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이명박정권에게 진보정권이 개선시킨 복지제도를 훼손하라고 독촉하는 것 같아서 섬뜩했다.

진보정권이 도입한 대표적인 복지제도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이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자활지원제도를 기초보장제도로부터 분리하는 법안을 만들고, 기초보장제도를 개별급여체계로 개편하겠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이명박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간이 되는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 원칙을 손쉽게 훼손하고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층에 대한 생계보장을 축소할 수 있도록 반 쯤 못을 빼놓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생존권을 공공부조제도를 통하여 보장해 주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기초로 도입되었다. 그런데 양극화의 심화로 인하여 빈민이 양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미비하여, 정부기관 통계에 의존하더라도 지난 3년 동안에 사각지대에 방치된 비수급빈곤층의 수는 95만명이나 더 증가되었다.

상황이 이렇듯 심각하면 정부는 당연히 비수급빈곤층을 제도권 안에서 보장해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나, 오히려 개별급여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도입된 지 겨우 7년째 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간인 최저생계비=선정기준=보장수준의 3위 일체 원칙과 근로능력자의 생계보장 원칙을 훼손하려 하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개별급여제도란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가 되어야만 받을 수 있는 주거, 의료, 교육, 자활, 등의 각종 급여를 독립된 선정기준과 급여의 제도로 분리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의료급여가 절박한 사람에게는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이 아니라 단지 의료급여 혜택만 주고, 집이 절박하게 필요한 사람에게는 주거지원만을 해주며, 근로능력자에게는 자활사업만 참여시키되, 일정기간이 지나면 강제로 자활에서마저 내쫓겠다는 것이다. 

필자도 '또 아니면 모' 식의 현행 제도를 개선하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사람이더라도 의료, 교육 등의 특정 비목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이 큰 계층에게 부분급여를 주도록 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최저생계비를 낮추고,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최저생계비보다 낮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의 수를 줄이고, 수급권자에게 지급되는 급여수준을 낮추어 예산을 절약한 후, 그 돈으로 주거, 의료, 교육, 자활, 등의 각종 개별복지예산을 충당하겠다는 방안에는 반대한다.

개별급여제도의 도입은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으로서 향후 보수정권이 집권하여 예산을 더 깎으려 든다면, 얼마든지 더 깎아내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준조차 없애는 것이다. 인권변호사출신의 노대통령이 어떻게 생존권이 사회적 권리이며 기본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존권보장의 기본원칙’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려고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개별급여제도의 도입으로 생존권 보장이 크게 훼손될 것이 우려되는 부분은 ‘근로능력자의 생계보장’이다. 자활지원제도는 근로능력자에게 생계보장을 해줌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복지의존성을 해소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서 ‘자활사업참여 조건의 수급권 부여’로 제도화되었다. 기초생활보장에서 자활이 빠져나가고, 개별급여제도가 새로 도입되려면 기초생활보장법의 개정은 불가피하다.

“획일적 배급형 복지에서, 시장친화적 맞춤형 복지로 바꿔야 한다.”고 부르짖는 한나라당이 칼자루를 쥔 가운데 올 봄에 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된다면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근로능력자를 뺄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467만명의 비수급빈곤층 중에서 조건부수급자로서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사람은 1만1천명으로서 총수급권자의 0,23%에 불과하다. 이렇듯 많은 근로빈곤층이 배제된 채 운행되기 때문에 시범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활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활사업참여자가 자활급여+생계급여+교육급여+의료급여+주거급여를 다 받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안주하고 싶어서 시장노동을 기피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다른 급여는 다 박탈하고 단지 자활급여만 주되, 몇 년 동안의 기간이 지나면 자활급여 마저도 강제로 박탈한 채 시장으로 내몰겠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근로장려세제(EITC)가 도입된다. 근로장려세제를 통하여 시장노동을 하면 더 유리하도록 근로장려세제 안에 자활사업참여자를 포함시키고, 인센티브를 더 주면 된다. 근로장려세제의 시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제3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

이렇듯 자활사업 참여자에게 불리한 자활급여법안을 수급권자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될 자활센터 상근활동가들이 찬성하고 있으며, 단지 전달체계만 자활센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고치려 하고 있다. 자활센터 상근활동가들은 수급권자의 대변인이자 자활참여자의 생존권과 노동권 보장 의무자이다. 그런데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일시키는 자‘의 입지에만 함몰되어 정부안에 찬성하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사회복지사협회를 비롯한 사회복지계는 이 사안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잘못 개정되는 것을 막아 주기 바란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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