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의 ‘성의식’변화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심사평가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성병’으로 병원을 찾는 노인들이 2002년 6천557명에서 매년11% 씩 증가해 2006년에는 1만2천509명에 이르고 있다. 최근 5년간 ‘성병’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노인들이 2배 증가한 것이다.

또한 발기부전 치료나 성기능 장애 시술을 받는 등 적극적 성생활을 위해서도 병원을 찾고 있는 노인수도 증가 추세다. 2002년 3천여명에서 2006년에는 21%증가한 3천8백여명으로 나타났다. 또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61세 이상 노인들의 성범죄 역시 최근 5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가하는 노인 성문제와 관련, 성교육의 부재를 들며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국내 노인성전문가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눈이 많이 내리던 지난 22일, 서울 의 끝자락 성북구를 찾았다. 서울 성북구 시립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2002년부터 복지관 내 상담소를 통해 성상담 및 교육을 해오고 있다. 또 국내 최초로 동년배 성상담가 육성교육을 실시했다.

이례적으로 불교재단이 지원하는 노인복지관에서 성상담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복지관 상담소 정희원 과장은 2007년 10월부터 'KBS 출발 멋진 인생'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시니어들의 아름다운 사랑이란 코너를 맡아 일주일에 한번 출연하고 있다.

성북노인종합복지관 內 행복상담센터에서 동년배상담원과 성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2년전부터 성상담을 해오고 있는 정 과장은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성 얘기 하는 것을 꺼려했지만, 지금은 많이 오픈된 것 같다”며 “작년에 8번 정도 복지관 등지에서 강의를 했는데 약 100여분 정도가 모였다. 처음에는 듣다 민망해서 나가거나 별 반응을 안보였지만 차차 갈수록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질문을 한다고 말하는 정 과장. 
발기가 잘 안되는데 비아그라 같은 약을 먹으면 몸에 해롭지는 않느냐, 내 나이 80인데 아직도 나는 자위행위를 한다, 답답하고 부끄러운데 이래도 괜찮으냐, 남편이 잠자리 요구하는데 나는 응하기 싫다 어떻게 해야 하냐, 같은 질문들을 한다고 한다.

정 과장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원인으로 일차적으로 성지식이 없는 것과 성교육의 부재를 꼽았다. 따라서 어르신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성지식을 습득하고, 어르신들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노인에 대한 인식부족과 성에 대한 사회적 보수 성향으로 노인 성문제는 음지에서 드러나지 못했다.

노인 성문제에 가장 중요한 해결방안에 대해 정 과장은 “상담을 하면서 느낀 것 중에는 어르신들 스스로의 편견과 인식, 고정관념에 스스로 갇혀 있고, 욕구는 있는데 해결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 본인 스스로 성욕에 대한 인정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본다”며 “실버미팅으로  사람을 만나도 그것이 재혼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본인들 의지보다도 자녀들 같은 환경에 의해 거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좀더 주체적으로 당당히 요구하고, 결정은 자신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이성과의 만남을 권유하는 정 원장은 노인 이성 간 교제도 노후 생활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말한다.
“이성간의 만남은 삶의 활력이 돼 우울하던 사람이 밝아진다. 연애는 사람을 변화시켜주는 에너지가 있다."며 "우리 복지관에서도 독신자클럽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시작했으나 의외로 노인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모임을 주체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성북노인종합복지관 상담센터에서는 3년 전부터 동년배 성 상담원 양성교육을 실시, 현재 약 20여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활동하고 있다.

김소향(75, 정릉)어르신은 복지관 동년배상담원 수료 1기생으로 활동한지 3년 됐다.
많은 어르신들이 상담을 하러 오면서 해결도 함께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온다며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을 느낄 때 안타깝다”고 말한다.

김 어르신은 “우리는 일제식민지에 태어나 전쟁도 맞고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낸 만큼 우리의 이런 역량을 스스로 높이 평가 할 필요가 있다."며 "자식들 눈치 보지 말고  우리의 노년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복지관에서 동년배성상담원으로 활동하고 계신 어르신. 왼쪽부터 김소향(73,정릉), 박재일(73,수유리) 어르신

 

김소향 어르신과 동년배로 함께 성 상담원 활동을 하는 박재일(75,수유리)어르신은 우리들을 바라보는 젊은이의 인식이 변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인은 성욕구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줄 안다”며 “젊은이들과 똑같다는 걸 이해하고 인정해주길 바란다.”며 노인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노인성에 대한 문제인식은 있으나, 성교육이나 정책적 뒷받침은 미비한 상태.
정 과장에 따르면 실재로 많은 어르신들은 살아온 환경이나 문화적인 영향으로 성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고 데이트를 하는 방법도 모른다.
 
정 과장은 어르신에게 성 상담과 교육을 해줄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예전에 구성애씨의 성교육같이 열린 대화의 장이 마련돼 어르신의 성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여 보급해야 할것”이라 강조했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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