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약 2달 전쯤, 인재로 인하여 태안 앞 바다를 비롯한 인근 바다가 기름으로 뒤덮이는 재앙을 당했다. 하지만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그러했듯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한민국 각계각층의 집단과 개인들은 자원봉사로 자신들의 힘을 보태고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하여 현장으로 무작정 달려가는 용기를 발휘하였다. 세계 각 국은 대한민국 국민이 하나 된 마음으로 단결해 재앙을 극복해 가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대한민국의 저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속에서 필자를 더 흐뭇하게 한 것은 그 도움의 손길 속에 비장애인과 더불어 시각장애인들이 함께 했다는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핏 생각하기에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이 기름 띠를 제거하는 작업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하며 의아해할 것이다. 물론 시각장애인들은 직접 바위나 방파제에서 기름을 제거하거나 기름통을 나르는 등의 일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신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 ‘안마’를 통해 나눔이 이루어졌다. 그간 계속된 작업으로 인해 지쳐있는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무료 안마로 피로를 풀어주며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이다.

보통 장애인이라고 하면 대게 도움을 주는 것보단 도움을 받는 집단으로만 생각되기 쉽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가 그러하다. 하지만 이번 사례가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에게 그간의 생각을 바꾸어주는 전환점이 된 듯해 앞장서 ‘안마’로 자원봉사를 실천한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이 안마 자원봉사를 나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음을 전하는 곳에 또 다른 고마운 분들이 함께 했다는 것에 또 한 번 고마움을 전한다.

우리는 장애인들이 국민에게 빚진 것을 자신이 가진 능력껏 돌려주고자 노력하고 비장애인들도 자기가 가진 것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나눔으로써 서로 화합해 함께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아직도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장애인이기 때문에 혹은 자신이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거나 별 볼일 없어 남에게 베풀만한 것이 못된다고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나눔에서 희망을 찾고 베품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일거리는 무한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기부로 실천하는 일,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는 직접 도와주는 일, 전문지식을 가진 이들은 자기의 전문 지식을 나누는 일 등 수 없이 많다.

이번 경우에서도 깨달을 수 있었지만 자원봉사를 함에 있어 일정한, 혹은 특정 능력만이 필요하다거나 활동 내용의 제한이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우리 사회는 당신만의 소중한 능력과 위대한 용기를 기다리고 있다. 부족하고 필요한 것을 경제적으로만 접근한다면 우리 국민의 세금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겠지만 이것을 각자의 개성과 장점이 뚜렷한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채워나간다면 지금의 우리 모습보다 더 화합된, 따뜻하고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필자는 그러한 희망을 이번 태안 자원봉사 현장에서 엿볼 수 있었다.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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