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서관 사서보조업무에 참여한 아이들은 낯선 환경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점차적으로 업무를 수행해가며 적응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받은 댓가로 월급을 받던 날 아이들은 무척 뿌듯해 했다. 더욱이 "우리아이가 무얼 할 수 있겠어"라는 걱정으로 바라보던 부모님들도 월급으로 가족에게 선물을 하고 업무에 충실히 임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을 응원해 주셨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들이 무엇인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았다."<노틀담 복지관 지도 선생님>

지난해 4월 '장애인일자리 아이템 공모전'을 통해 최우수 아이템으로 선정돼 2007년 9월 11월까지 3개월 동안 추진된 SCP(School-Community Partnership)모델을 통한 Happy Dreams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 보고회가 25일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SCP모델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파트너십을 통한 일자리 창출 모델로 이번에 실시된 사업은 지적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우체국 우편분류 사업과 도서관 사서보조사업이다.

우체국은 반송우편물 및 일반 우편물을 분류해 사각 분류통에 넣어 정리하는 일이 주 업무였으며 도서관은 반납도서를 청구기호에 따라 분류해 서가에 정리하는 일을 주로 담당했다.

이날 보고회는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부산광역시장애인재활협회와 한국육영학교, 노틀담복지관과 엠마우스 복지관 담당자들이 참여해 장애인복지일자리시범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결과보고를 갖고 이에 대한 개선점을 논의했다.

우체국 우편분류사업에 참여한 한국육영학교 김길태 선생님은 "이번 사업을 통해 자폐성장애 및 지적장애인들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일자리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실증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일반화 및 전이능력이 제한된 학습특성, 사회적 기술 및 의사 소통 기술이 결여됐지만 반복적, 정확성을 요구하는 작업들에 대해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결과를 3개월 간의 사업을 통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육영학교 학생들의 우체국 우편분류작업.

 
김 선생님에 따르면 우편분류사업의 참여자들은 약 1주 후에 송파구의 17개 동을 숙지하고 2주 후에는 직무에 대한 보충교육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각 직무의 효과적 학습 결과를 보였다며 정확성과 성실성이 요구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활동이 많지 않은 우편분류 업무가 자폐성 장애 및 지적장애 학생들에게 매우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함께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이 초기에는 학생들의 행동이나 태도에 있어 당황하는 모습들이 있긴 했지만 경험적으로 장애인들의 성실함과 순수함을 알게 되면서 많은 격려와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송파우체국 우편물류과 박계화 과장은 "처음 육영학교 선생님들에게 사업 취지를 듣고 어렵지 않을까 걱정과 여러 가지 염려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처음엔 오류가 너무 많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오 구분율은 떨어지고 일부 학생에게는 좀 더 난해한 일을 부여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확했다. 가끔은 당황스러운 행동도 하지만 이제는 서로 얼굴을 보고 인사도 나누는 직장인으로서의 예의도 갖추어져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박 과장은 "그동안 중증장애인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없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고 생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며 "하지만 서로 경험하고 조금만 기다려주고 내가 먼저 마음을 열기 시작할 때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보게 된다"고 이번 일자리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내렸다.

한편 도서관 사서보조사업에 참여했던 참여 기관들의 평가도 우수하게 나타났다.

25일 열린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 보고회.

 
노틀담복지관 문용준 사회복지사는 "숫자에 대한 정확성이 높은 지적장애 및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정확한 분류 및 정리에 강점을 보였다"며 "쉬는 시간과 작업시간에 대한 철저한 독립적 관리, 도서관 자체가 정확한 절차 및 방법을 가지고 있으므로 직무를 받아들이기 원활했다"고 말했다.

반면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사회성 및 융통성 부족으로 인한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있었으며 예측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문 사회복지사는 "북 트럭에서 번호대로 정리를 하고 책 하단에 정확한 위치에 레이블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 아이들은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더욱 정확성을 보여줬다"며 "오히려 대충이나 마음대로라는 불분명한 뜻에 대해 혼란스러워 했다"고 밝혔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지도 선생님들은 "자폐성장애 및 지적장애인들의 경우 하루아침에 직무기능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현장중심 직업교육이 시급하다"며 "중증장애인들의 실질적인 소득보장을 위한 작업시간 확대와 예산지원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지는 것과 동시에 전문 인력 배치 및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시범사업 후 수행 단체들이 일자리에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 일자리 제공 기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평가 결과 대부분 시범사업에 대해 만족하고 있으며 특히 장애인 중에서도 적합한 일자리 찾기가 어려운 지적장애인과 발달장애인들에게 가능성 있는 직종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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