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고충처리위원회(이하 고충위)는 29일 보청기를 사용하고도 40데시벨 이상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도 비사업용 자동차의 운전에 한해 제1종 보통면허 취득이 가능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고충위에 따르면 한국농아인협회가 청각이 운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데도 운전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니 개선해 달라는 민원에 대해 경찰청에 권고하게 된 것.

현행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승차정원 10인 이하의 승합자동차 또는 적재중량 4톤 이하의 화물자동차 등을 운전하기 위해 필요한 제2종 보통면허는 청력에 관한 제한사항이 없다.

하지만 승차정원 15인 이하의 승합자동차 또는 적재중량 12톤 미만의 화물자동차 등 운전할 수 있는 제1종 보통면허는 55데시벨의 소리를 들을 수 없거나 보청기를 사용하고도 40데시벨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은 취득할 수 없게 돼 있다.

특히 10인 이하의 승합차 생산이 중지된 상태라 대부분의 청각장애인들은 승합차 운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생계유지가 어려운 상태이다.

하지만 경찰청은 청각장애인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비장애인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나타난 통계수치를 들어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고충위 관계자는 "청각장애인이 야기한 교통사고 발생원인의 대부분이 안전운전 불이행 등 법규위반에 의한 것으로 청각장애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없다"며 "현재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상업용 면허는 청력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반면 비상업용 면허는 청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농아인협회는 논평을 통해 "사실상 의사소통으로 취업이 어려운 농아인에게 1종 면허 취득은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라며 " 2종 보통면허로는 승합자동차의 경우 9인승 이하의 차량만 운전이 가능해, 그 이상의 차량은 운전할 수 없는 불편함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고충위의 의결은 환영하나 이로써 농아인의 1종 면허 취득제한의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며 "앞으로 경찰청장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전하며 고충위의 권고를 수용해 이를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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