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긴급지원제도 도입과 관련, 학계, 정부, 현장 관계자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최근 정부가 긴급지원특별법을 제정키로 했으나 이 법이 기존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중복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8일 보건사회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긴급지원제도 도입방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학계토론자들은 이 같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노대명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현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 잔여성과 선정기준의 엄격성으로 인해 긴급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가구를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에 따라 "신속한 지원이 곤란한 긴급지원자에 대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등 1개월 단위로 총 4개월까지 지원하돼, 고액의 의료비 등을 면제해 주거나 대납할 때는 1회 지원하는 등의 긴급지원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제도 도입 배경을 밝혔다.

노대명 보사연 연구원이 긴급지원제도 도입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기존의 긴급지원사업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보완한다는 의미에서 다양한 형태로 실시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사업예산의 불안정성과 사후지원을 위한 서비스 연계의 취약성, 자치단체 재정여건에 따른 사업의 지역간 불균등 발전 등의 문제에 봉착한 상태"라며 보다 안정적 지원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보사연 연구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긴급지원제도 방안에 따르면, 긴급지원대상은 △가구원의 사망, 질병, 부상, 사고 등으로 생계유지가 힘들 경우 △이혼, 가구원 가출, 교도소 수용 등으로 생계유지가 힘든 경우 △채무 등으로 재산·소득상의 손실이 발생해 갑자기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경우 △기타 가정상황 악화로 가계파탄에 이른 경우이다.

또 지원여부는 신청일로부터 3일이내 신청인 또는 대리인에게 통보해야 하며, 긴급지원은 현금 및 현물지원과 서비스지원으로 구분된다.

특히 이 제도는 선(先)보호의 원칙하에 적용, 소극적인 지원제도에서 나아가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발굴해 지원하는 제도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한다.

그러나 선보호 제도는 '선보호'에 대한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이며, 긴급상황 외에 현재의 소득과 자산을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보사연은 '소득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의 제1안과 '사후에 소득기준을 적용'하는 제2안, '사전에 소득기준을 적용하는 경우'의  제3안을 마련해 관계자들의 의견수렴 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노 부연구위원은 "신속한 지원을 위해 시ㆍ군ㆍ구에 긴급지원팀을 신설하고 대한적십자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민간단체와 연계를 강화하는 쪽도 검토하고 있다"며 △대중매체를 통한 긴급지원제도 및 대상자 발굴 홍보 △읍ㆍ면ㆍ동마다 복지위원 2명 위촉을 통한 긴급지원 대상자 발굴 △통ㆍ반장을 활용한 이웃지킴이 네트워크 구축 △의사ㆍ교사 등 전문직 종사자의 신고 협조체제 구축 등도 제안했다.  

남찬섭 성공회대 교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와 긴급지원제도 대상자의 상관관계를 따져물었다.

긴급지원 신청자는 통합복지 콜센터에 직접 전화하거나 주변에서 전화를 해주면 되고, 전담 공무원이 직권으로 지정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정토론에 나선 남찬섭 성공회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기존의 수급자와 긴급상황 대상자를 따로 본다는 정부의 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며 "유사지원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선해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그는 또 통합콜센터와 관련, "통합콜센터를 중앙에 두는지, 지역에 두는지에 대한 언급이 명확하지 않고, 지방에 둘 경우 소요인력과 예산은 어떤식으로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대 박능후 교수(사회복지학)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관계설정'에 중점에 두고, "보사연에서 제시한 긴급지원제도의 필요성은 말을 바꿔 기초생보의 필요성이라고 해도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라며 "기초생보와 차별되는 필요성이 전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발전적 개선·보완함으로써 이를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을 듯하다"며 "만약 긴급지원제도가 이대로 운영되면 기초생보의 훼손 가능성 또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익선 강서구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많은 민원이 제기되는 긴급보호대상자들에 지원제도의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긴급지원제도에 환영한다"며 "그러나 실무자 입장에서 3일이내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오판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콜센터 운영시 많은 민원이 제기될 것이고 그렇다면 이에 대한 인력확충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대상자 선정에 대한 일정한 소득 재산 기준을 설정해 주는 등 시스템 매뉴얼 개발과 보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병준 복지부 과장은 민관협력이 이 제도의 열쇠임을 강조했다.

류혜정 변호사는 "어느 정도 일 때가 긴박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고, 배병준 복지부 사회정책총괄과장은 "이 제도의 성공여부는 지역복지위원과 같은 민관협력체계구축"이라며 "이와 함께 사회보험제도와 함께 갈 수 있는 방향 모색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정미 복지부 생활보장과 과장은 "기존의 제도를 소홀히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기존제도의 내실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긴급지원제도는 기초생보자에 들어갈 수 없는 이들에 대한 긴급보호제도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초생보제도를 발전시킴과 동시에 사회안전망의 구멍난 부분을 메울 수 있는 제도로 정착, 체계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긴급지원제도가 아닌 '만성지원제도'로의 전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제도 만들어지기 이전에 관련부처와의 충분한 논의 미비, 제도 이전에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무여건 등의 시스템 재정비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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