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앞으로, 몸 숙이고, 다른데 보지말고..."
무서운 호령이 확성기를 타고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 울려 퍼진다.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는 오후 경기를 위해 많은 선수들이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비장애인 선수들에 비해 산만한 지적 장애인 선수들에게 각 시·도 감독들은 경기에 집중시키기 위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제5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는 지난 19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호텔 그랜드볼룸 개막식을 갖고 강원도와 울산에서 분산 개최 됐다.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는 하이원 스키장에서 아이스슬레지하키와 빙상은 춘천의암빙상장에서, 휠체어컬링은 울산동구빙상장에서 진행됐다.

특히 올해는 작년 시범종목이었던 크로스컨트리가 정식 종목으로 첫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스키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크로스컨트리는 표고차가 200m이하 되는 눈 쌓인 들판을 달려 빠른 시간 내에 완주해 순위를 결정하는 스키종목의 하나로 자연지형이 오르막, 평지, 내리막 비율이 1/3씩 구성된 코스를 정해진 주법(클래식, 프리)로 완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처음 치러지는 경기다 보니 경기를 함께 나누는 관중보다는 선수와 관계자가 전부였다.
크로스컨트리는 장애인 체육 종목으로 충분히 매력이 있는 경기종목이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게 느껴졌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공동 개막이라는 허울좋은 포장 아래 장애인 동계체전이 자칫, 그들만의 잔치로 흘러가 버리는게 아닐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특히 경기의 진행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중계나 설명이 이뤄지지 못해 경기장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웅성웅성 "이게 뭐하는 거야"라는 의문을 자아내게 했다. 좀더 제대로 된 경기진행이 절실했다.

물론, 경기장에서 만난 장애인선수들의 투지는 어느 누구 못지 않은 열정을 뿜어냈다.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도, 무서운 감독의 호령에도 굴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열중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크로스컨트리에 대한 열정을 엿 볼 수 있었다.

이번 동계체전에 참가한 한 코치는 "아무래도 장애의 특성이 있다보니 산만하거나 갑자기 몸이 경직되어 고통을 호소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의지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편견과 신체적 불편함을 딛고 경기에 임하는 장애인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장애인 스포츠의 체계적인 발전과 사회적 관심을 기대해 본다.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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