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말아요, 할머니는 병자니까”
일본 영화 오리유메에 나온 어린 아들이 치매 걸린 시어머니의 심한 언행으로 상처받고 울고 있는 엄마를 위로하는 대사다. 일본 영화 오리유메는 치매(일본에서는 인지증 이라고 명칭을 변경했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를 모시는 한 가정의 이야기다.

지난 8일 일본 공보문화원에서 치매에 관한 영화‘oriume(오리유메)’를 함께 보고 한·일 양국의 고령화 복지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일본은 고령화사회(노령인구 전체 14%미만)에서 고령사회(14%이상)로 진입하는 시기가 약 25년 걸렸다. 반면 한국은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시기를 18년 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노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고 있으며 지난 2000년부터 한국의 장기요양보험 격인 개호보험을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일 양국의 노인 수발을 둘러싼 가족의 현상과 사회제도에 초점을 맞춰 사례 발표를 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스가와라 히로코 일본의 특정비영리활동법인 지역케어 정책 네트워크 사무국장 , 묘코시 기획정책과 참사, 야마우치 코이치로 미래프로젝트실 실장, 나가시마 토오루사회복지사무소 대표  등의 전문가와 한국 치매가족협회 대표 이성희 원장, 현 시립서북병원 신경과 이은아 과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 8일 일본 공보문화원에서 한`일 양국의 고령 복지 전문가들이 모여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심포지엄에서 한·일 양국은 고령노인에 대한 수발에 대해 지역사회의 협력을 공통된 해결방법으로 꼽았다.

일본 니이가타 현의 고령자종합케어센터 종합시설장으로 있는 코야마 츠요시는 치매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변화를 위해 초등학생 대상으로 25년간 설명해 왔다고 밝히면서, “노인에 대한 수발 및 보호는 이제 한 가정이 아닌 지역사회가 공동책임 져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코야마 씨는 “미래인구구조는 노령 인구수가 유영아 인구수를 넘어서 이들이 가족에게 케어를 받는 건 어려운 일”이며 “하나의 마을과 연계된 케어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치매환자에 대한 인식전환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일본 도치기현의 사노시 NPO법인 바람의시 사회복지사무소 부이사장 나가시마 토오루는 바람의시법인이 하고 있는 데이홈서비스를 예로 들면서 치매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홈 서비스는 지역밀착형 서비스로 지역 내 자원 활동을 활성화 시키고, 수발하는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설명하며 “센터 내 활동하는 치매노인은 차 끓이기, 반찬 놓기, 청소하기 등의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오루씨에 따르면 치매노인이라 해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 이는 치매노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오해를 풀게 돼 자동으로 인식전환을 가져온다. 또 이는 치매노인 스스로도 자의식을 갖게 돼 치료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날 참여한 관객들의 모습. 장기요양보험제와 관련한 많은 관련 단체들이 관심을 갖고 듣고 있다.

한국 측 참여자 수원방문간호센터 송명은 간호팀장은 입소시설의 절대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송 팀장은 오는 7월 시행되는 장기요양보험의 경우 본인부담금 15%를 내야 하는데 이는 저소득층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고 말하며 “시골이나 도서산간의 경우 1·2차 시범사업에서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송 팀장은 치매의 경우 무엇보다 조기발견이 중요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입소시설이 확대 돼야 하며, 재가 시스템의 강화, 치매전문병원의 활성화 등을 대응책으로 꼽았다.

실제 현장에서 치매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서울시립서북병원 이은하 신경과장은 “뇌혈관과 뇌세포를 가지고 있는 한 누구나 치매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하며 “치매환자는 격리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 속에서 협력해 이뤄지는 다양한 접근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약물치료 아닌 뇌세포를 살리는 치료를 개발하고, 인지치료의 다양한 활용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병리적 치료와 삶 치료가 함께 이뤄져 더불어 살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는 가정이나 의료진 혼자의 힘이 아닌 우리사회 전체가 함께 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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