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입소자 간 성추행 사건으로 폐쇄 명령이 내려진 대전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생활해온 노인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모두 41명의 어르신 가운데 전날까지 절반 정도가 나갔고, 나머지 절반은 오늘 주변 시설로 모두 옮겨졌다.

이날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운 20여명의 어르신들의 시중을 들어주던 한 직원은 "몸을 가누기 어려운 어르신 20여명을 옮겨야 해 일손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급하게 새로운 시설을 찾느라 보호자들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

전날 거처를 옮긴 한 할머니 보호자 B씨는 "새로 들어갈 요양원을 찾는 데 일주일이나 걸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생활하던 곳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기자 어머니는 3일 동안 울었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입소자 두 분끼리 생긴 일인데, 모든 사람을 이사하라고 명령하는 건 잘못된 판단 같다"고 관할 구청의 폐쇄 명령에 반감을 표했다.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재단 측의 늑장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B씨는 "지난달 19일 관할 구청이 요양기관 지정 취소를 결정했는데 대책을 마련해야 할 재단 관계자들이 해외여행을 갔다는 얘길 직원들에게 들었다"며 "보호자들이 준비할 시간은 물론 폐쇄 명령을 막거나 대비할 시간을 낭비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해당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지난 9월 한 방에서 생활해온 입소자 간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몸에 멍이 든 것을 보호자가 발견해 신고하면서 성추행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자들이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하자 부담을 느낀 요양시설 관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관할 구청은 문제가 된 노인요양시설에 대해 장기요양기관 지정을 취소하고 지난달 30일 폐쇄명령을 내렸다.

김명화 기자  mh6600@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