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러나 같은 달 4월 9일에 있을 선거를 준비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장애인의 날' 또한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름만 덩그러니, 혹은 그럴싸하게 붙여놓은 것일 뿐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는 요즘이다.

지난 제17대 대통령선거 때 필자는 점자형 선거공보 제작 방식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 중 하나는 당시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작하는데 있어 코팅 개념의 '타블로이드 방식'을 도입하였으나 이렇게 제작될 경우 점자를 읽기 어려울 뿐 아니라 종이에 부착된 코팅제가 부서져 아예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되기에 구멍을 뚫어 점자를 만드는 '천공방식'으로만 점자형 선거공보를 제작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2008년 3월 6일자 회신에서 후보자와 정당에 이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였다 밝혔지만 이번 18대 총선에서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말았다.

또 하나 선거형 공보물에 대해 필자가 10년 이상 언급해온 문제, 바로 비장애인(정안인)이 받는 선거공보의 내용과 시각장애인이 받는 점자형 선거공보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각각의 선거공보에 전혀 다른 글이 담긴다는 것이 아니다.

점자인쇄물은 일반 인쇄물의 두 배 가량 많은 면을 필요로 하는 특수함이 있음에도 현 공직선거법에는 점자형 선거공보의 분량을 제한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은 일반 선거공보에서 발췌되거나 요약된 내용을 점자로 받아보게 된다. 결국 비장애인들과 같은 내용으로 된 후보 및 정당에 대한 정보를 받아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예로 포항지역 한 후보의 점자형 선거공보 내용을 살펴보자. 후보의 일반 선거공보는 후보자정보공개자료, 프로필·학력·경력, 공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공약에 대한 것을 전체 8페이지 중 5페이지에 걸쳐 다양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담고 있다.

이를 선거법이 정한 점자형 선거공보물 분량을 기준으로 제작할 경우 기본적인 사항인 후보자정보공개자료, 프로필·학력·경력을 점자로 인쇄하고 나면 정작 중요한 공약에 대한 것은 묵자기준으로 겨우 20줄, 기호 포함해 750자 정도만 담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지금의 선거법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에는 점자형 선거공보에 후보 소개와 대강의 공약만 담기는 수준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후보 개인이나 정당 점자 공보를 2면이나 4면으로만 제작하거나 또 아예 제작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니 그나마 내용을 줄이거나 발췌한 후보나 정당에 오히려 칭찬을 해줘야하는 것인지 씁쓸할 따름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모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한 바 공직선거법 65조에 점자형 선거공보는 내용을 줄일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점자형 선거공보의 제작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너무도 당당한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국민의 알권리는 비장애인이든 시각장애인이든 헌법에 똑같이 부여되어 있다.
이는 나라의 대표를 뽑는 일에 있어서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되며 오히려 정보의 형평성에 있어 더욱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당사자의 현실적인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답답한 원칙만을 내세우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제도와 정책집행은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또한 이번에 배포된 점자형 선거공보에서 점자가 너무 흐릿해 읽혀지지 않거나 훼손된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비장애인들이 접하는 선거공보처럼 시각장애인들이 접하는 점자형 선거공보도 제대로 확인하고 검수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배포해 주기 바란다.

이번 선거 이후로는 나라의 대표를 선출함에 있어서 누구하나 차별 받지 않고 정말 제대로 된 '투표의 즐거움을 누리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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