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박물관 설립자이자 운영자인 박기옥(73)씨

 
‘죽음’에 대해 사람들은 슬프고 어두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바꿔 주는 사람이 있어 만나 보았다. 죽음을 단지 ‘쉬는 것’이라는 박기옥 씨(73)는 지난 2007년 10월 죽음에 대한 주제로 ‘쉼’박물관을 개관했다.

예전부터 한국전통문화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박씨는 유리공예, 전통 유물 등을 수집해 왔다.

그러다 평소 무척 건강해 함께 노후를 보낼 줄 만 알았던 남편의 죽음이 죽음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달라지게 만들었다.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는 죽음은 끝이 아닌 쉬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하는 박씨는 남편의 죽음으로 쉼 박물관을 개관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평소에 모아왔던 유물들을 정리하다 우리 전통 상례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결심한 박씨.

일흔이 넘은 나이로는 보이지 않는 정정한 모습과 큰 목소리를 가진 박씨는 과거 우리 상례문화는 축제처럼 즐거이 보내는 문화, 기쁘게 보내는 문화였다고 말했다.
“요즘의 장례는 정체성이 없어요. 우리 것도 아니고, 서양 것도 아닌 어둡게 변질화되고  있다"며 "전통 상례문화를 보여줌으로써 장례문화와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힌 박씨는 반대하는 가족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많은 대화를 거쳐 박물관을 설립했다.

70이 넘어 새로이 박물관을 열고 일을 시작한 박기옥 씨는 좋아하는 일인만큼 더 열정적으로 하고 있으며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박물관 인테리어도 직접 했을 만큼 예술적 감각도 남다르다. 또  2002년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needle work exhibiton’이라는 수공예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쉼 박물관은 무엇보다 서양식 가정 주택 공간에 전시품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 삶 속에 죽음을 엿볼 수 있다. 죽음이 삶과 단절된 것이 아니라 함께 있고, 끝이 아닌 ‘쉬어 가는 것’임을 보여주는데 있어 사람이 사는 공간인 집 만큼 전시장으로 손색없는 공간이 없다.

“서양을 보면 이렇게 사람이 사는 공간을 개조해서 1층은 박물관이나 갤러리고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사람이 사는 곳이 많죠. 그러나 한국에는 그런 공간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고 박씨는 강조했다.

죽음과 삶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박씨, 그의 말처럼 죽음은 삶의 공간에 있는 것이다. 그는 죽음에 대해 아직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랍정리, 사진 정리 등 죽음을 위한 정리와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않는다”며 “아직 죽음이 내게 닥칠 일이라는 생각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은 내게 멀게만 느껴져 준비를 따로 하고 있지 않다”

그는 향후 박물관 운영과 함께 ‘상례문화개선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전통을 알리고 현재의 장례문화를 개선해 나가는 데 일조하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이다. 올 1월에는 ‘조선시대 상례문화의 새로운 조명’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도 개최했다. 매년 1회씩 상례문화에 관련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며 이를 통해 전통을 돌아보고 더 나은 상례문화를 만들어 나갈 취지다.

70이 넘어 평생 간직해 온 꿈, 박물관을 개관했다.

 
박씨는 쉼 박물관에 오는 관람객과의 반응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며 비단 상례문화뿐 아닌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빨리 돌아가는 세상, 뒤돌아 가자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을 돌아보고 올바른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박씨. 그녀는 가끔 쓰레기 버리는 곳에 가서 쓸 만한 물건이 없는지 살펴본다고 한다.

전통수납장이나 서랍장, 자개장 같은 것들을 요즘 사람들은 쉽게 버린다. 그래서 박씨는 아파트 근처 재활용센터에서 주어온 것도 몇 개 있다고 말했다.

우리 문화를 쉽게 생각하고 오래된 가치를 무시하는 사회분위기를 걱정하며, 나라 차원에서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박씨. 그의 말처럼 전통은 이어주고 지켜야 문화로 발전할 수 있다.

윤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