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국 175만명으로 추정되는 폐지 수집 노인은 복지 사각지대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각 지역마다 이들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만 폐지를 줍는 만 65세 이상 노인이 2417명에 이른다. 서울시가 9월 한 달간 25개 자치구 재활용품 수집업체를 방문해 전수조사한 결과다.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폐지 수집 노인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적으로는 약 175만 명으로 추정된다.

전수조사 결과 폐지를 줍는 노인의 상당수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 명 가운데 한 명(35.2%)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이다. 절반가량은 홀몸노인이다. 

이 중 여성 비율이 남성의 두 배에 달했다. 또 81세 이상이 39.4%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하지만 주 5일 이상 폐지를 줍는다는 응답자는 48.9%나 됐다.

이들 대부분(82.3%)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폐지를 수집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폐지를 팔아 버는 돈은 많지 않다. 

한 달에 5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28.8%였다. 이들은 식비(34.3%)와 의료비(30.8%)로 지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건강이 나빠도 약값이나 병원비로는 충당이 안 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폐지 수집 대신 규칙적인 일자리로 전환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본 응답자는 27.9%에 불과했다.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수당이 낮다(2.9%)거나 기초연금을 받지 않아 신청자격이 없다(2.2%)보다 기타(89.4%)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시 복지혁신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현금으로 바로 교환되기 때문에 폐지 수집을 선호하기도 한다. 소득원이 외부에 드러나면 수급자 지위가 박탈될 것을 우려해서다. 건강이 좋지 않더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면 계속하겠다는 노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단순히 현금을 지원하기보다 사회보장 체계에 깊숙이 끌어들일 방안을 찾고 있다. 

특히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과 연계해 복지 플래너나 방문 간호사들이 이들을 지속적으로 돌보는 것이 핵심이다. 민간기업과 협력해 수익금 매칭 사업을 하거나 야광조끼 등 안전물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폐지를 줍는 노인 중 비수급 노인들의 경우 실질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근본적 대안 마련을 위해 지역사회와 유대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정규 기자  bjin8@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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