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양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남부지사장

“부족한 저희를 채용해주시고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모님! 돈 많이 벌어서 꼭 효도할게요.”

이날은 100여명의 장애인직원과 그 가족이 함께 모여 한강유람선에서 ㈜이랜드리테일 정규직 전환을 기념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정규직으로 입사한 장애인 직원들의 굳은 의지가 담긴 영상편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자녀를 둔 같은 부모입장에서 이들이 이처럼 기뻐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특히 취업이 힘든 발달장애인들이 대기업의 정규직 직원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가져다주는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 직무분석 통해 총 12개 직무 "발굴"
일은 개인의 삶을 크게 변화시킴은 물론이고 가족,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발달장애인에 대한 일자리창출은 발달장애인이 정규교육과정 이후 사회생활을 함으로써 통합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사업이기도 하다.
㈜이랜드리테일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우리공단’)에 장애인고용 컨설팅을 의뢰했던 2016년 당시 장애인 고용률은 0.65%에 불과했다. 우선 우리공단은 기업의 직무분석을 통해 총 12개 직무를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로 선정하였고, 그 중에서도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최대한 많이 발굴하고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서비스 업종 및 사무보조 직무에서 일하고 싶은 발달장애인의 수요는 많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들의 직무수행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우리 공단은 이러한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유통업종 특성을 고려한 직무분석을 통해 문화센터 및 고객센터 보조업무, 유통기한 점검, 가격표 제작 업무 등을 적합 직무로 선정하였다. 이렇게 선정한 곳에 발달장애인들을 배치시켰다. 그 결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놀랄 정도로 직무 역량을 발휘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둘 수가 있었다.

장애인력 지원 위해 두 기관이 "맞손"
결과적으로 이러한 성과들은, 파격적인 근무조건(주말 및 교대근무 제외, 일정기간 경과 후 정규직 전환 등)을 제시한 ㈜이랜드리테일과 우리공단의 적극적인 홍보, 그리고 우수한 장애인력 지원이 시너지 효과를 거둔 때문이며, 두 기관 모두가 장애인 고용을 통한 좋은 일자리창출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노력의 결과였다고 생각된다.
공단의 경영컨설팅을 통해 장애인고용을 시작한 지 1년이 경과한 시점이 올해 12월이다. 현재, ㈜이랜드리테일은 총 73명의 장애인(중증 46명, 경증27명)이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고, 장애인 고용률 3.02%로 의무고용률을 초과하는 장애인 고용 모범기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현재 장애인들은 뉴코아아울렛, NC백화점 등 수도권 16개 지점에서 방송안내원, 고객응대 및 상품진열, 매장관리, 고객상담실, 문화센터 보조업무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루 12시간 택배업무로 힘들어서 우리공단에 취업상담을 왔던 지적장애인친구와 부모님을 ㈜이랜드리테일 정규직 직원으로 다시 대면한 순간, 그 가족의 행복한 미소를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미소를 볼 수 있는 날이 계속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고대한다.

조시훈 기자  bokji@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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