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박덕경 상임대표

세상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장애인을 바라보기를 사회에 장애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고장나고 잘못된, 누군가의 책임에서 빚어진 결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 순결교육을 강화하여 장애인 예방을 하겠다."라는 말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장애인을 보면, 인상이 찌푸려지고, 고개가 저절로 돌아가 외면하는 세상에서 장애인은 인간대접을 받을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장애인으로 태어나 장애인으로 죽는다. 그럼에도 장애인은 똑같은 존엄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짐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주워주는 부정적 편견이 장애인의 삶을 옥죄고 피폐한 생활로 전락시키고 있다.

어느 엄마가 자녀에게 "너도 엄마 말 안 들으면 장애인처럼 된다."라며 아이에게 겁을 주어 훈계를 하는 광경에서 장애인에 대하여 얼마나 왜곡된 교육을 하고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이렇게 학대와 차별과 억압과 무시와 거부와 오해와 제한과 배제와 분리 등 수많은 단어들이 우리를 슬프고 괴롭고 가난에 허덕이게 하는 칼날이 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를 죽이는 장애의 날(칼날)이다. 이를 악물고 살아남기 위해 악으로 깡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어지낼 수밖에 없다. 숨을 쉬고 살아 있으되 죽은 자와 같은 것이다.

죽지 않으려면 발악을 해야 하고, 발악을 하는 행위는 바로 투쟁인 것이다. 칼을 가진 자와 싸울 때에는 같이 칼을 손에 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인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장애인 투쟁의 날이다. 이 날을 예리하게 세워야 한다. 흥분과 영웅심에서 칼을 들어서는 안 된다.

기술과 상대의 허를 보면서 공격을 해야 한다. 기술은 항상 연마해야 하고, 허는 기회를 정확히 잡아야 함을 의미한다. 공격과 방어의 때를 알아야 한다. 방송사에서 장애우라고 지속적으로 방송하는 것을 계속 지적해도 효과가 전혀 없고, 장애인의 각종 정책을 부르짖어도 정부는 흉내만 낼 뿐,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며, 예산이 부족하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둥 변명과 핑계가 난무하고 있다. 당사자에게 대표권과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 달라고 그렇게 거품을 물고 말해 왔건만 주는 자의 자리에서 자기 우상화와 공치사에 우리를 관객으로 동원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사회의 장애가 아니라, 사회가 장애이고, 이 사회를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의 당당한 주인의 한 일원인 자격으로 말하나, 사회는 스스로 고치지도 않고, 우리가 직접 고칠 기회도 주지 않으며 우리가 주권자로서 말하는 그 자리마저도 부정하고 있다. 동정과 베품에 감사하는 법을 가르치려 하고 있다.

장애에 대한 이해와 통합과 사랑과 친절과 배려와 정당한 편의 제공과 소수 집단의 문화권 인정과 공간적, 문화적, 정보적 접근권 보장과 직접적 차별과 간접적 차별의 해소는 작게는 나의 문제에서 출발하지만, 크게는 전 사회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한 번 변화된 것은 미래에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므로, 아름답고 질 높은 사회를 개발하고 건설하는 결과를 가져올 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목마른 우리가 직접 샘을 파야 한다.

샘을 파는 주위에는 같이 도와서 파 줄 사람이면 같이 있어야 하고, 구경꾼이나 방해자나 지켜보다가 나중에 자기가 다 한 것처럼 말 할 사람이라면 비켜 달라고 해야 한다.

직접 방해가 아니더라도 사기를 저하시키거나 방법에 대해 잔소리나 하는 따위의 사람들까지도 우리의 날을 세워 싸워 나가야 한다. 그러기에 당사자는 모여야 한다. 껍데기는 날려 보내야 한다.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면서 앞으로 함께 이루고 함께 나누어 갈 것을 요청하며, 상호작용을 통하여 삶의 의지와 개혁의 의지를 나누고자 한다. 사회를 재구조화 하려면 먼저 새 집을 짓기 위해 헌 집을 허물어야 함을 기억해 주기 바라며, 장애인의 날을 그러한 마음 속의 칼날을 세우는 날로 보내어 주기를 부탁한다.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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