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의 안전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소비자 편의성 높은 의약품을 중심으로 품목을 조정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약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는 오는 20일 6차 회의를 열고 품목조정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대한약사회 대표위원으로 참여 중인 강봉윤 정책위원장이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무산됐다.

복지부는 우선 회의 개최 시기를 연기하고, 약사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서는 한편 내년 초께 6차 회의 일정을 조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 2012년 도입된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도입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수많은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편의성-안전성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의 도입 취지는 약국이 문 닫는 심야·공휴일 등에 소비자들의 의약품 접근성 등 편의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도입 전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안전성' 문제로 숱한 갈등 속에서, 의사의 처방 없이 환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대상품목을 제한해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대상품목은 복지부 장관 고시를 통해 ▲해열진통제 5개 ▲소화제 4개 ▲감기약 2개 ▲파스 2개 등 13개를 지정됐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에는 소비자 편의성이 낮다는 문제가 생겼다.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소화제나 감기약 등 품목수를 늘리고 ▲제산제(위산작용 억제) ▲지사제(설사 억제약) ▲화상연고 ▲인공누액 ▲알러지약 등을 신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복지부는 올해 1월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약사회와 편의점업계 이해당사자와 학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뜻을 모으고 위원회 운영을 시작해왔다.

이 또한 논의가 순탄치 않았다. 위원간 이견을 좁히는 과정을 통해 결국 제산제와 지사제를 새로 추가하는 합의안에 대해 가까스로 근접한 순간 모든 합의가 틀어졌다. 약사회측에서 집단행동 등을 통해 거부를 선언한 결과다.

약사회는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공공심야약국'을 확대해 안전성을 담보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공공심야약국은 심야 시간대에 약국이 문을 열고, 해당 시간대 문을 연 약국에 대해 지자체 등에서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를 놓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비판도 있다. 경기도의 경우 공공심야약국 6곳을 운영 중인데, 연간 인건비 지원금액이 2억원에 달한다. 한 곳당 3000만~5000만원의 인건비 지원이 이뤄지는데 비용 대비 효과성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오히려 일부 시민단체도 약사회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난 1년간 추진해온 합의안에 동의를 철회할 뜻을 비치는 등 혼란의 양상이다. 자칫 논의는 사실상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계획과 틀어졌지만,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진통이라고 본다"며 "다만 더 이상의 논쟁은 불필요하다고 보고, 위원들을 설득해 품목조정을 조만간 결정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정규 기자  bjin8@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