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지역의 한 까페테리아. 바리스타도 노인이고 웨이터도 노인이다. 여기는 ‘실버카페테리아’다.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1층에 자리 잡은 이 까페는 복지관의 노인일자리 수익사업으로 평균연령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커피를 만들어 판매한다. 지난 4월1일 오픈식을 한 이 까페를 위해 담당 사회복지사와 노인 10여명은 한 달 동안 전문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실버카페테리아에서 만난 이수남(62, 서대문구) 씨는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보다 활기차고 적극적인 노후를 위해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이 먹었다고 집에서 쉬고만 있으니 의미도 없고, 무료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 보다 일을 갖는 게 건강에도 좋고 치매도 예방된다고 생각했어요”

전에 위장병을 앓던 병력이 있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이씨, 60이 넘어 시작한 커피를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숙달되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여러 기법들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고, 또 나이 때문인지 건망증이 심해진 건지 커피제조과정이 헷갈린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조그만 수첩에 빼곡히 커피종류별 만드는 방법을 적어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틈나는 대로 보곤 한다.

서대문 실버까페테리아의 바리스타 이수남(62,서대문구)씨.

 

“일주일에 3번 5시간씩 근무하고 있어요. 힘들기보다 보람차고 즐거워요. 커피를 만드는 일을 하고 손님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준다는 게 참 좋다”고 밝힌 이씨는 자녀들 모두를 다 출가시키고 남편과 둘이 산다. 현재는 정년퇴임을 하고 다른 사업을 준비 중인 남편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는 이씨. 인생의 2모작이 부부에게 찾아 온 것.

삶의 활력이 된 바리스타 일을 주변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이씨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늙었다고 집에 편하게 있는 게 아니라 목표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죽음 준비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과 자원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생의 끝마무리를 헛되지 않게 노력하는 이씨의 미소가득한 얼굴이 아름 답다. 

실버카페테리아를 계획한 서대문구종합사회복지관 김태경 과장은 “다양한 노인일자리가 있지만 노인의 요구에 따라 적합한 일자리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사실 경제적인 것이 해결되면 다른 것도 해결되므로 본인이 확실한 일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실버카페테리아는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노인일자리 시장형 사업으로 향후 2호점, 3호점으로도 확장해 노인바리스타를 지속적으로 양성 보급할 계획이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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