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었다. 지난해 예산안 합의 시점을 넘겨 국회를 통과한 선별적 아동수당 지급 대신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제도 도입 초기부터 0세부터 5세 아동 모든 가구에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초 0세부터 5세까지 모든 아동이 있는 가구에 지급하기로 했던 아동수당은 소득 상위가구 10%를 배제한 결정이었다. 국회는 이 결정으로 1800억 원의 예산이 절감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소득 상위 10%를 걸러내기 위해 최대 1,150억 원의 행정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여 사실상 예산절감의 의미도 크지 않다. 또한 지급 대상으로 배제된 소득상위 10%의 가구에만 자녀세액공제를 하겠다고도 했다.

금융재산조사, 우편통보 등 행정비용이 반영된 1150억 원은 보편수당 운용시 행정비용 100억 원 보다 무려 11.5배가 높다. 자유한국당은 기존 출산지원제도를 내실화하여 행정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보편적 아동수당 지급을 반대했지만, 1150억 원의 행정비용은 그 논리의 빈약함을 드러낸 셈이다. 그리고 여야 의원들은 복지예산을 1조5000억 원을 삭감하고, 계획에도 없던 지역구 개발사업 1조3000억 원을 끼워 넣었다.

아동수당은 아동의 빈곤예방, 아동의 생존권과 발달권 등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소득보장제도이다. 즉, 부모의 소득과 상관없이 아동이라는 존재이유로 소득이 보장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동수당에 대한 국회의 결정은 ‘받을 자격’이 존재보다 우선하고 있음을 또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저출산 문제를 운운하고 있지만 여성을 출산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고, 장학금처럼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다시 시작된 아동수당을 둘러싼 국회와 보건복지부의 논쟁은 한국사회의 공고한 ‘받을 자격’을 강조하는 벽을 허물고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의 확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는 여야합의보다 우선된 시민들의 요구와 한국사회 저출산의 심각성을 받아들여 보편적 아동수당지급을 위한 법개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만약 국회가 자존심만 내세워 걸림돌이 된다면, 시민들은 결국 국회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게 될 것이다. 보편적 복지와 기본소득을 막는 벽, 자존심을 내세운 국회의 벽을 밀치고 무너뜨리는 데에 녹색당도 함께할 것이다.

녹색당

※위 논평/성명은 각 기관의 알림자료로써 당사의 보도기사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조시훈 기자  bokji@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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