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고 잘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 당연한 것 같지만 이마저도 힘든 사람들이 있다. 노숙인이나 장애인처럼 경제적 활동이 어려운 주거취약계층이다. 임대주택 같은 제도가 있긴 하지만 문턱조차 넘기 힘든 이들을 위해 서울시가 올해 대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거리의 노숙인부터 장애인, 고령자, 한부모, 저소득 가정과 1인 청년가구까지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특히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노숙인이나 장애인의 경우, 복지시설과 보호자가 없다면 스스로 거처를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주거와 복지가 결합된 새로운 방식의 주택을 지원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름하여 '서울시 지원주택'이다.

서울의 두 곳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는 지원주택은 10만 원 대의 월 임대료로 독립적인 주거공간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여성 정신질환 노숙인 17명이 살고 있는 이곳은 서울시에서 주택을 공급하고 민간에서 위탁운영 중인 지원주택이다.

거리가 아닌 독립적인 주거공간에서 재활치료와 경제적 자립에 성공해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게 목적이다.

주택 내에는 사회복지사가 상주해 있어 맞춤형 복지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노숙인에게 집이 생겼다는 것은 새로운 삶의 시작을 의미한다.

서정화 사단법인 열린여성센터장은 "나이가 4~50이 됐는데 평생 동안 한 번도 독립적인 주거공간을 갖고 있지 못한 분들이 계신다. 그분들은 이 공간에서 사는 게 너무 행복하고 내가 내 마음대로 나의 시간을 쓸 수 있고 내가 밥을 해 먹고 싶을 때 마음대로 해 먹을 수 있고 자고 싶은 시간에 마음대로 잘 수 있고 우리 집에 내가 아는 사람을 초대할 수도 있고 그래서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삶의 질 변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가 파악 중인 노숙인은 3500여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3150여 명은 서울시내 보호시설에 입소해 있으며 나머지 300여명은 거리 생활 중이다.

서울시는 현재 지원주택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해 올해 주거약자를 지원하는 통합법률 마련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의회 김정태 도시계획관리위원장과 김미경 시의원이 ‘서울특별시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르면 2월말 시의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관련 사회복지단체 등이 꾸린 ‘지원주택 제도화추진위원회’는 전체 공공임대주택의 3% 이상을 지원주택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초 공청회를 열어 지원주택의 제도화와 관련된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서종균 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복지기획처장은 "지원주택 시범사업을 3년간 추진해왔다. 고령자나 장애인들이 시설에 가지 않고 지역사회에 계속해서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이다. 지원주택을 올해는 제도화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처장은 이어 "지원주택은 주택과 지원서비스가 결합돼 있고, 지방자치단체와 국토해양부·보건복지부 등 여러 정부부처가 같이 손발을 맞춰야 하는 사업이라 제도적인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안정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렵다”며 “독립을 원하는 시설 입소 노숙인·장애인이나 재가장애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원주택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명화 기자  mh6600@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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