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명의 희생자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방화문과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데다 무단으로 설치된 비가림막 탓에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는 29일 오전 밀양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과수 합동 3차 현장감식 결과, 병원과 요양병원 연결통로의 비가림 시설이 불법 증축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비가림시설로 인해 연기가 병원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병원 내로 유입돼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병원 측이 수년간 강행해 온 불법 증개축으로 화재가 확산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 불법증개축은 병원이사장이 최종 결정권자”라며 “병원장은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이사장의 지시 여부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화문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병원은 중앙계단으로 모든 층이 연결되며 방화문은 2층부터 5층까지 층마다 한 개씩 4개가 있다. 당초 이 방화문은 그을림 상태 등을 보면 모두 닫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화재로 인한 고열로 방화문이 심하게 찌그러져 그 틈새 사이로 연기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하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

경찰은 “비상용 발전기는 사람이 수동으로 작동해야 하는 수동형 발전기로 세종병원 내 화재발생으로 인한 정전으로 작동된 흔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것으로 추정된 3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관련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병원이 이행강제금만 내며 불법 증축을 수년간 거듭해 온 데 대해 밀양시 건축허가 담당자 한 명을 조사하고 있으며, 밀양시청 공무원과 유착관계 여부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앞서 확인한 불법건축물 이외 병원 1층 응급실 왼쪽 휴게공간과 4층 베란다가 불법 증개축된 것으로 추가 확인했다. 

경찰은 세종병원 병원장, 이사장, 총무과장 등 3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이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8일 밤 11시 50분쯤 새한솔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모씨(여·86)가 숨지면서 이번 화재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39명으로 늘어났다. 사상자는 중상 8명을 포함해 모두 190명이 됐다. 

김명화 기자  mh6600@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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