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한데 모여 그들만의 방송을 만들어 화제다. 지난 3월 12일 관악노인종합복지관(관장 김종만)에 개국한 ‘인터블루’가 바로 그것.

방송국 이름인 ‘인터블루 INTER BLUE’ 는 인터넷·정보화를 의미하는 인터 INTER와 푸른 청춘을 의미하는 블루 BLUE의 합성어다. 이 방송국을 관악 FM과 기술자문 및 교육 등의 협력을 체결하고 설립했다. 방송국 소속 인원은 총 9명으로 이들 모두 평균 연령 70대 노인이다.



인터블루 방송국 소속 노인들은 지난 해 2월부터 약 1년 2개월간 방송국 전반에 걸친 교육을 받았다. 분야를 나누지 않고 총괄해 기술을 배워 노인 개개인이 엔지니어, DJ, 피디, 작가, 음악 등을 다룰 수 있는 것. 그래서 디제이로 활동하기도 하고 피디로 활동하며 모두가 주체적으로 일한다.

인터블루 방송국은 개국식을 시작으로 일주일에 총 5회, 오전 오후 관내방송과 인터넷방송, 그리고 관악 FM정규방송 등을 합쳐 하루에 3차례 라디오 방송을 녹음하고 있다.

이제 방송을 시작한지 2달여. 노인이 만들고 노인의 이야기를 담은 이 프로그램은 관악FM에서 방송되고 있는 ‘행복한 라디오, 쾌지나 청춘!’이다.

DJ이자 방송작가를 겸하고 있는 이인순 씨.

“떨리지 않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손석희와 인터뷰까지 했는걸. 방송 들은 사람이 나보고 이제 방송인 다됐대(웃음)”
‘행복한 라디오 쾌지나 청춘!’ 녹음 방송을 앞두고 준비하는 DJ겸 방송작가 이인순 씨(여, 71)의 말이다. 전직 약사였던 이 씨는 건강이 악화돼 약국을 그만두고 다니게 된 노인복지관에서 방송국 공고모집을 보고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그는 라디오방송을 주로 들으며 좋은 멘트, 좋은 어구, 좋은 음악 등을 빠짐없이 기록해 자신의 방송에 참고한다. 벌써 그렇게 기록한 자료 수첩이 두 개째다.

이인순 씨가 빼곡히 적어온 스크리트. 정갈한 글씨체와 꼼꼼한 코멘트가 그녀의 성격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엔지니어 박기용 씨(여, 66)도 기계(콘솔)를 만지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박씨는 라디오 이외에도 “여유가 되면 카메라로 기행문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십여 년을 병과 싸우는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박씨는 “이제는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며 “몸이 아프다고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것 보다 이런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즐겁고 몸에도 좋은 거 같다”고 전했다.

인터블루 방송국 박기용 엔지니어가 방송을 앞두고 음악선곡을 하고 있다.

복지관 김리사 사회복지사는 “처음 어르신들이 방송을 시작할 때 말도 잘 못하시고, 어색해 하셨는데 요즘은 스타 기질이 발휘돼 말도 잘하고 자신만의 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며 “인터블루 방송국이 전파를 타자 다른 어르신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인터블루 방송국은 향후 2·3기를 더 뽑아 사업을 확장시켜 나갈 계획에 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1기는 기존 복지관 내 방송을 했던 노인들이지만 2·3기는 오디션을 통해 뽑을 계획이다.

인터블루 방송국의 편성은 각기 다른 노인 DJ들이 요일별로 맡고 있어 DJ들의 개성이 다채롭게 녹아있다. 현재 관악 FM PD들이 팀별로 돌아가며 요일별 인터블루 방송국과 함께 방송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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