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깊게 패인 무릎 둘레를 직접 소독하고 바늘로 꿰메고 있다. 입가엔 웃음을 띄면서.. 영화 식코(Sicko)를 다 보고 난후에는 그 웃음이 그나마 더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웃음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깨어나니 재정은 파산지경에 이르고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을 가지 못해 죽게 될까봐 걱정하게 되는 것이 오늘날 미국이 처한 의료민영화의 현실이다. 물론 지불 능력이 가능한 이용자들에게는 예외의 상황이 될 수도 있겠으나, 15일 독감 입원비로 4500만원을 쉽게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 미국 내에 얼마나 될까.

우리의 건강보험 현실은 어떠한 가 국민의료비 중 공적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수준이며(OECD 73%)이는 곧 의료비 개인부담률이 38%에 이르는(OECD 20%) 결과를 가져오며 공립의료기관은 역시 10%수준으로 이는 세계최저이다. 가족 중 누군가 또는 나 자신이 암이나 중증질환에 걸리는 상상을 누구나 다 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아마도 진료비, 병원비를 떠올릴 것이다. 최근 들어 국민의 60%이상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다는 사실은 이미 국민 대다수가 공적의료보험의 혜택에 대해 불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가 아니겠는가

정부는 건강보험의 민영화를 계속 추진해 오다 최근 여론과 국민반발에 밀려 일단 지금의 당연지정제(건강보험증만 있으면 어느 병원도 이용이 가능하다는 뜻)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가 정부발표에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의 당연지정제을 유지한다고만 했지 민영화방침 자체의 철회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규제가 없고 병원 등 요양기관의 90%이상이 민영화된 상황에서 정부는 민영보험사에 대한 개인질병정보 제공이나 영리병원 허용 등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추진할 의사마저 내비치고 있다. 앞으로 국민의료보험민영화에 반대하고, 나아가 개선시켜야할 운동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즉 의료보험시장에 더 이상의 민간자본의 유입을 막고,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는 등의 의료민영화 노선 자체의 폐기를 주장하며 나아가 공공자본의 확충으로 공적의료보험의 질을 높여 국민 모두가 적어도 아플 권리는 지켜내야 할 것이다.

식코는 병원비로 파산하고 건강보험을 거절당한 가족이 죽어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고, 의료혜택을 받기위해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더 이상 병원비를 감당할 길 없는 환자가 병원으로부터 내몰려 환자복을 입은 채로 길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은 오랫동안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머지않아 나의 현실로 나타날 것만 같은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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