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사설
[사설] “나 지금 떨고 있니?”…'#미투’ 40일, 언제까지 구경만 할 건가
김명화 기자 | 승인 2018.03.06 18:10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폭로들이 터져 나온다. 지속적인 폭로에 어지간해선 쇼킹하지 않을 법한데, 급기야 정치계로 번진 미투운동이 또 한 번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한 성폭력 고발은 미투운동에 기름을 붓기에 충분했다. 안 지사는 성폭행 폭로 당일 미투운동에 동참해달라는 소신발언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와 더욱 충격을 안겼다. 

절대 권력의 맛. 그 달콤함을 즐겼던 사람들. 적어도 그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괜찮은 사람이란 평판을 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 치 앞을 예견할 수 없는 게 사람이라니.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를 일. 씁쓸한 추락이 아닐 수 없다. 자기 관리가 안 되면 경계만이라도 할 일이다. 한방에 ‘훅’ 가지 않으려면 말이다.

우리는 적어도 이번 미투운동을 통해 새로운 자각을 하는 중이다. 정상에 오를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비로소 내려올 때 본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삼스럽게 되새겨본다고나 할까. 이윤택 감독에 대해서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그는 우리 연극계의 왕이었다’고 표현했다. 고은 시인도 문단의 왕으로 군림했다. 그들이 오랜 시간 상습적인 성범죄를 저질러 왔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던 것은 적어도 그 조직에서 가장 높은 권력의 꼭대기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출가 이윤택의 제왕적 존재가 침묵과 복종의 카르텔을 형성시킬 수밖에 없었던 구조. 이것이 폐쇄적인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이며, 또한 문화예술의 성격과 상당한 연관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객관화시키고 수치화할 수 없는 예술적인 기준. 그 모호한 기준이 폐쇄적이고도 독단적인 노선을 구축하기에 최적화했다는 특징 말이다. 그러한 구조적인 시스템이 교묘한 통제 속에 자행되고 묵인될 수밖에 없었으리라고.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가 도화선이 돼 다른 현직 검사, 그리고 문화 예술가를 강타하고 언론과 정치계까지 파장이 번지는 양상이다. 성폭력을 넘어서 이제는 채용비리 문제까지 불거지고 확산되면서 권력에 기댄 ‘갑질문화’에 철퇴가 가해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처럼 인맥‧학맥, 혈연‧지연을 중요시 하는 풍토가 또 있을까. 누구는 ‘빽이 있다더라, 밀어줬다더라’는 식의 소문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누구한테 잘 보이면 내가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쉽게 놓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풍토.

그러한 풍토는 침묵과 복종의 카르텔, 그리고 비합리적인 구도, 폐쇄적인 조직, 거기에 열악한 환경까지 더해져 소수가 독점하는 권력 구조가 더 큰 괴물을 키울 수 있는 사회구조를 용납해왔고, 오늘의 미투운동의 불씨를 키웠다.

일반인이 아닌 대중적인 반향이 큰 인물이고, 유명인사가 많다는 점은 우리에게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그들은 누군가의 절실한 꿈을 이용했고, 공정한 경쟁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자행했다. 뿌리치기 어려웠으나 결코 잊기도 어려웠던 여성들. 그녀들은 이제 용기를 내 외치고 있다. 불합리한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를 위해 온몸으로 대항하고 있다.

그동안 성폭력에 대한 고발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변화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지금처럼 이례적이라는 게 어쩜 '희망'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착각은 아니길.

서지현 검사의 고발이 단초가 되었다면, 최영미 시인의 폭로가 촉매제가 됐다. 차마 말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들의 몸부림은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무도 깨뜨리지 못했던 금기사항을 깨뜨린 그녀들이 미투운동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미투운동이 장기간 지속될수록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감정이 아닌 법적 대응자세가 필요하지만 뾰족한 조언도 나오고 있지 않아서다. 어떻게 오픈할 것인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오픈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것이 결국은 명예훼손죄에 적용이 될 것이냐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지현 검사가 검찰 조직 내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지 약 40여 일이나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폭로만 이어질 뿐 이렇다 할 대책 마련이나 후속 장치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무엇보다 피해 사실을 폭로한 그녀들이 뒷감당은 되고 있는 건지, 나중에 다른 종류의 가해자로 둔갑이 되어 2차피해를 당하지나 않을지. 2, 3차피해로 이어지던 예가 얼마나 많았던가. 어렵게 냈던 용기들이 꺾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명화 기자  mh6600@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83 광진빌딩(대림동 990-44)  |  대표전화 : 02-847-8422    
등록번호 : 서울 다 05179  |  등록일 : 1996. 12. 10  |  발행·편집인 : 김종래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조시훈
Copyright © 2022 복지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