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노년문화'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 학술 심포지엄

지난 9일 한국노년학회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신노년문화’라는 주제로 제 3회 서울노년학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과 일본, 미국, 뉴질랜드 등의 전문가를 초청해 각 국의 노년문화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였다.

한국노년학회 김동배 회장은 현재의 노인문화는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고 활동성과 경제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며 사회는 이들 노인의 다양한 욕구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령사회를 먼저 겪고 있는 세 나라의 경험을 통해 한국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이번 국제 심포지엄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많은 참석자들이 집중해서 발표를 듣고 있다.

 

미디어의 우화적 노인상 ‘성공적 노년’
한국 측 발표자로 나선 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정진웅 교수는 현대 노년 삶의 특징을 젊은 노년의 이미지로 활동적이고 건강한 노인을 대표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미지는 대부분 미디어에서 제시되는 우화적 노인 상으로 실제 노인이 만들어 가는 문화가 아닌, 만들어진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전히 우리 사회는 노인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노후시간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문화상품 및 서비스 제공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활발히 말해지고 있는 신 노년문화의 개념은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사회의 미디어가 유포하는 청사진이며 그 핵심에는 젊고 활동적인 삶의 방식을 연장시켜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노인의 비율은 사실상 매우 제한적이라는 문제점을 제시했다.

한국의 '신노년문화 낯설게 보기'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덕성여대 정진웅 교수

 아울러 정 교수는 최근 전국에 많이 건립된 노인종합복지관 등의 노년문화 공간은 실상 다른 세대로부터의 분리되는 경향을 보이며 이 점이 변화하는 노년문화의 가장 광범위한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매체가 창출해 내는 신 노년문화는 건강과 활동력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늙어가는 과정을 은폐함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러한 죽음을 바로보기를 피하고 늙어가는 과정을 애써 보지 않으려 함은 자신의 노년문화를 설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등에서 제시하는 노인 문화가 아닌, 노인 스스로가 주체가 돼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때 바람직한 노년문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긍정적 노년문화란 단지 긍정적 노년의 청사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한국 사회 다양한 계층의 노인들의 목소리가 담긴 문화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뉴질랜드- 정부의 적극적 노년생활 지원
지난 10년간 뉴질랜드는 국가, 비영리 단체, 민간부문의 자원을 동원해 인구 고령화에서 야기될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각도로 연구했다. 뉴질랜드의 인구 고령화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12%에서 2026년에는 20%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새로운 노후 문화는 정부가 노년기 생활의 선택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계속적인 참여와 생산성을 유도하는 문화가 됐다.

이러한 가치와 원칙은 정부기관과 지역사회 공동체 기관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주도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

뉴질랜드 노년학회 회장 베르나 스코필드 박사에 따르면 뉴질랜드정부의 고령화에 대한 명시적 비전은 긍정적으로 늙을 수 있고, 노년층이 존경받으며 가족과 지역사회 공동체의 필수적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사회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을 뒷받침하고자 뉴질랜드 정책문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원칙은 노인복지를 촉진하고 노년층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며 그들의 기술과 능력을 존중하는 것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고령화 사회 연구 결과 긍정적 고령화를 유도하는 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적절한 소득수준, 원하는 곳에서 노년기를 보내는 것, 직업 및 봉사활동 참여 기회 제공, 자립 가능,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등을 꼽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런 프로그램으로 기혼 노인부부 임금 중앙치의 최소 65%로 제공되는 연금과 주거지, 교통수단 여러 재가 지원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의무퇴직의 폐지를 통해 융통성 있는 근무정책, 정부서비스와 일반제품 및 서비스를 할인 받을 수 있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발급되는 슈퍼골드카드. 노인 학대 및 방치 방지 서비스로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일본 - 황혼이혼과 해외 장기 체류의 증가
일본에서는 황혼이혼의 증가하고 있다. 평균 동거기간 2~30년이 넘게 생활해온 중장년 이혼률이 높은 이유로는 일본에서는 여성 주도형의 이혼이 많다. 오랫동안 참고 지내온 아내들이 남편의 정년퇴직을 계기로 자립을 마음 먹고 이혼을 요구하는 것. 이에 따라 황혼 결혼 및 재혼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일본은 정년 이후의 인생을 해외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신노년문화란 주제로 발표를 맡은 후쿠오카 대학교 인문학부 가타타 준 교수는  "일본의 고령자들이 인근 아시아 지역인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스페인, 호주 등으로 이민 가거나 장기 체류가 늘고 있다"며 그 이유로 "기후가 좋고 안정적이며 현지 정부도 퇴직자를 위해 특별 비자를 발급하는 등 외국인 수용에 긍정적인 편이고, 아울러 일본에 비해 물가가 저렴하고 일본에서 생활하기에 연금만으로도 여유로운생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정년 후에도 20년 이상 건강하고 자유로운 인생을 누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생활을 하는 노인들의 네트워크가 베이비 붐 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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