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고령자의 안전사고 유형을 보면 주거지에서 미끄러지거나 걸려 넘어져 다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고령자를 위한 주택개선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늙으면 사는 공간을 리모델링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령자를 위한 건축에 대한 방법과 치매노인을 위한 환경문제, 지역자원의 효율적 활용에 대해 모색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는 지난 10일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의학연구소에서 제 18회 고령사회포럼으로 ‘고령자 주거복지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를 다뤘다.
이날 포럼에는 발제자로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김태일 교수와 토론자로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정순둘 교수, 인하의대 간호학과 김정의 교수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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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8회 고령사회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제주대 김태일 교수 |
고령친화적 주거 인테리어가 필요
제주대 건축학부 김태일 교수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자 계층에 관한 처우문제 중 의료나 보건, 간호에 비중을 두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오히려 노인 인구에서 절대적 비율을 차지하는 건강하고 자립생활이 가능한 재가 노인에게 주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독거노인’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에 따라 이러한 노인들이 사는 주거공간을 노인에게 맞는 맞춤형 주거공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주택 내 안전사고 발생장소와 사고 유형에는 ‘걸려 넘어짐’과 ‘미끄러짐’이 각각 45.5%였다. 그리고 ‘떨어짐’이 9.1%로 나타났는데 이는 주거공간에서의 노인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가 원인이다. 특히 욕실의 경우 방수성이 높은 타일 경우 미끄러워 노인 경우 쉽게 미끄러져 넘어지게 된다.
또 그는 주택 내 사고 유발 시설물을 보면 바닥 표면의 재질이 29.4%, 계단이 19.6%, 바닥의 고처 차이가 17.6%순이라고 밝혔다.
이에 고령자 특성에 따른 주거공간의 확보와 인테리어가 필요하며 구체적으로 출입구의 문턱 없애기,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공간 마련, 미끄럽지 않은 바닥 마감재, 벽체 안전손잡이 설치, 보조 의자 설치, 조명·색채 선정에 세심한 배려 요구 등을 제언했다.
일본의 건설정책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1993) 고령화 대응주택을 개조함으로써 고령자에 드는 간병비용이 상당 수 절감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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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 김태일 교수가 '고령자 거주복지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치매고령자를 위한 시설, 수용이 아닌 ‘치유의 공간’으로
치매노인들이 생활하는 시설의 경우 1인실보다는 4인실 등의 병원형태를 띄고 있다. 또 화합의 공간보다 분리와 위생의 개념이 들어가 있어 안정감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김태일 교수는 시설은 생활중심의 공간으로 개선돼야 하고 그 중 하나가 개인공간의 확보라고 주장했다. 현재 대다수의 시설은 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개인공간의 확보는 단순히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벗어나 치매노인에게 독립적 공간은 살아가는 기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공간이라고 피력했다.
이런 주장은 실제 일본에서 성공적 사례로 주목된 치매노인을 위한 그룹 홈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침실의 개인공간화와 적정단위의 공유공간화는 시설 거주자의 적극적 교류가 이뤄지고 식사량 증가, 침대에서 머무는 시간이 감소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 것.
특히 치매노인들의 배회습관은 공간적 구별이 명확하지 않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정, 불유쾌하며 차분하지 못한 환경으로 인해 이뤄지는 행동이다. 따라서 오감이 자극되고 치매노인을 배려하는 시설환경 개선을 통해 치매 증상이 완화되거나 진행이 늦춰지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준다고 한다.
김태일 교수는 “치매노인이라 할지라도 수동적 생활에서 능동적 생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동기가 부여되는 공간이 마련돼야”하며 “일상생활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설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한 공간이 전제 될 때 치매노인 뿐만 아니라, 치매노인을 돌보는 직원들의 작업동선에도 도움이 돼 노동 부담이 줄어들고 이러한 노동부담의 경감은 자연스런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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