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광화문에 모여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을 하루빨리 철폐할 것을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4·20 장애인 차별철폐 공동투쟁단'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한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투쟁단은 전국장애인철폐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89개 단체로 구성됐다.

결의대회 촉구에 나선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장애계 여러 현안에 대한 민관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예산 확대와 결부되는 문제에서 입장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며 "장애인과 가족의 생존권 보장 요구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구체적인 예산 확대 계획을 밝히며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먼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도입해 낮 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업과 주거, 소득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낮 또는 밤 시간 활동지원 서비스는 전국 20만 발달장애인 중 고작 2만8000명만이 받고 있다"며 "그마저도 월 평균 시간이 87시간으로 하루 3시간만 서비스를 받고 21시간은 가족과 함께 집에서만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엄청난 양육의 부담과 빈곤, 심리적 트라우마 등 많은 문제를 고스란히 껴안고 살고 있다"며 "발달장애를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져야만 하는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수용시설 등 장애계가 규정한 '3대 적폐' 철폐에 더해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법과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예산 편성에 나설 것도 함께 요구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올해 10월부터 주거급여에서만 부장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지만 월세 보조만을 의미하며 그마저도 지역별로 제한선이 있다"며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완전한 폐지 없이는 우리가 요구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가 진짜로 폐지되려면 문재인 정부가 예산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장애인이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라는 것을 청와대에 가서 이야기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 800여명은 결의대회가 끝난 뒤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중 중증장애인 77명은 온 몸을 써서 땅에 엎드리는 '오체투지' 방식으로 이동하며 문 대통령과의 면담 성사를 요구했다.

김명화 기자  mh6600@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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