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변하고 있다. 일하는 노인, 배우는 노인, 지역사회의 빈틈을 채워주는 노인 등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다.

최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 보호를 위해 노인들이 나서 노인 순찰대를 조직해 지역을 순찰하기도 한다. 또 노인 스스로가 언론 등에 보도 되거나 방송되는 노인의 모습을 모니터링하기도 하며, 정보화 시대에 맞춰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활용한다. 더 이상 소일거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적극적이고 활발히 ‘움직이는’노인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력과 학력을 갖춘 노인들이 새로운 문화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들은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배움의 기회를 넓혀 노후생활을 ‘인생의 제2모작’으로 명명하며 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정책팀 정경희 팀장은 “과거와 달리 현재의 노인들은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모습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며 “비교적 높은 교육수준과 경제력을 갖춘 근래의 노인들은 개인 혹은 집단끼리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현재의 노인문화를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는 평균 연령 70세로 구성된 6명의 모니터링 단이 존재한다. ‘노인보호모니터 단’으로 대중매체에 나타난 노인 상을 매주 모니터링하고, 월 1회 보고서 작성 및 좋은 기사 선정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모니터 단은 방송팀과 보도팀으로 나눠 주요 신문과 뉴스 등에 보도된 내용과 경향을 분석하고 노인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이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노인보호모니터링단이 회의를 하고 있다.

모니터링 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회승(72)씨는 “통상적으로 노인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보호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깔려 있다. 이는 이런 인식을 보도하는 대중매체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우리 모니터 단이 모니터링 후 개선방안과 노인이 원하는 이미지 등을 정리· 발표해 노인인식 개선 및 올바른 노인 이미지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모니터단 이창영 (66)단원은 지금의 노인세대에 대해 “현재 노인은 과도기에 있다”며 “과거에는 부모를 모시는 것이 당연했지만 요새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 세대는 부모를 모셨고 자녀에게 모든 걸 투자해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자식들은 우리를 모실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바람직한 노후의 청사진에 대해 “사회 ·학교 ·교육 ·미디어· 매스컴이 노인에 대한 사회인식과 노후 청사진 제시, 재교육 등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도 노인의 힘이 필요하다 
안양에서 실종된 두 여자아이를 무참히 살해한 범인이 바로 이웃사촌이었다는 보도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아이들의 안전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지역사회는 노인의 유휴인력을 활용한 아동지킴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동 살해사건이 일어난 안양은 실버순찰대인 ‘반딧불이 수호대’가 활동 중이다. 이 수호대는 만 60세 이상의 남· 녀 어르신이 아동의 귀가지도와 학교주변, 놀이터, 공터 등의 야간 순찰을 돌며 지역 내 아동 범죄 발생을 예방하고 있다.

반딧불이 수호대 어르신 대원이 초등학생의 저녁 귀갓길에 함께 하고 있다.

안양시 노인복지센터 공영호 사회복지사는 “노인일자리도 마련하고 동시에 지역 내 필요한 인력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일석 이조 효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 많은 노인인력을 활용할 수 있으면서 공적으로 도움이 될 지역사회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안애자 (71)어르신은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보람차고 기쁘다”며 “지역사회에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어 이런 프로그램이 고맙다”고 말했다.

◇주체적 노인 VS 미어가 만들어 낸 노인
그러나 일각에서는 요즘의 신노년문화에 대해 노인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문화냐, 아니면 언론과 정부에서 만들어낸 문화냐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정진웅 교수는 “노인종합복지관이 있는 도시노인과 농촌노인들의 문화는 실질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다양한 문화를 소개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대게 언론이나 미디어에서는 만들어지고 서구화된 노인의 이미지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미디어에서 말해지고 있는 성공적 노년이란 서구의 유행 개념을 그대로 들어온 것에 불과하며 그것을 한국 노년의 청사진으로 제시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종묘공원에 모이는 노인, 농촌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고령자촌, 노인복지관에 모이는 노인 등 다른 세대와는 분리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노인들의 생활 패턴을 연구하고 그들이 원하는 욕구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바람직한 노후문화의 청사진은 언론이 제시하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청사진을 발굴해서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고령화 사회 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팀장은 “이런 다른 환경의 다른 욕구를 가진 노인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연구해 정책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정 팀장은 도시문화와 농촌문화는 확연히 다르다며 “이러한 다른 환경에서 사는 노인들의 욕구를 살펴 그들에게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하는 이른바 맞춤형 복지 등 다양성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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