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KBS 본사 건물 벽에는 “공영방송 사수”, “민주언론 지켜내자”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연일 펄럭이고 있다. 해질 녘이 되면 그 현수막 밑으로 촛불을 든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정부의 언론탄압을 규탄하고 공영방송 사수하자며 모여든 시민들이다.

지난 대선 방송담당 상임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YTN 신임사장에 임명되고, 검찰은 정부의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 감사를 실시하던 중 KBS 정연주 사장에 배임 혐의를 물어 유례없이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하는 등 정부의 언론장악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촛불시위는 방송의 확대보도가 부추겨 일어난 일’ 이라며 광우병에 대해 심층보도한 바 있는 KBS, MBC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고, 최근에는 ‘불법복제 영화파일 유통조장혐의’로 촛불시위를 생중계 하고 있는 아프리카(afreeca) 운영자이자 (주)나우콤 대표를 포함한 인터넷 업체 대표 5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한 일반적 수사’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민심이 촛불시위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촛불집회 생중계 사이트 운영자를 구속하는 것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오비이락’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정부가 누가 봐도 ‘뻔한’ 상황 극까지 벌이는 걸 보면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길거리미디어’의 위력을 실감한 것이 틀림없다. 시민들 역시 길거리 생중계를 통해 주류언론의 구태의연함과 편파왜곡보도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말하고 들을’ 언론의 자유를 실감한 시민들은 곧바로 언론에 매질을 해대는 정부에 눈길을 돌렸다.

YTN노동조합은 매일 구본홍 신임사장 임명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으며, 이제는 촛불민심이 ‘민주언론 사수’를 외치며 KBS 본사 앞을 차지하고 있다. 촛불집회가 지난 50여일간 지속된걸 보면, 언론 지키기에 나선 촛불도 쉬 꺼지진 않을 것 같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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