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정보화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노인종합복지관 강의실 안.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그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이 두꺼운 돋보기안경을 쓰고 그래도 잘 보이지 않는 모니터 화면과 자판위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들여다본다. 타자연습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자판을 익히는 한 어르신은 모니터에 보이는 텍스트를 보며 ‘글씨가 컸으면 좋겠다’고 푸념 한다.

한국은 디지털 기회지수(DOI: Digital Opportunity Index)가 3년 연속 세계 1위라고 한다. 디지털기회지수란 인터넷 보급률 같은 인프라 보급과 소득 대비 통신 요금 비율 등의 기회 제공, 인터넷 이용률 등을 종합 분석해 해당 국가의 정보 통신 발전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지표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노인층의 정보화가 다른 세대에 비해 떨어지는 현실을 감안해 정부는 2001년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고령층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추진 결과 2002년 9.3%에 그치던 장·노년층의 인터넷 이용률은 2006년 28.3%로 증가했다. 향후 정부는 2010년까지 노령계층 인터넷 이용률을 61%까지 높일 계획이다.

인터넷 활동과 이용이 노인에게 활력과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올해 초 2월, 연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정보화사회와 노인’이라는 주제의 국제컨퍼런스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은 노인의 73%가 삶에 긍정적 변화를 느꼈으며 시대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과 생활이 즐거워졌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과를 검증이라도 하듯,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컴퓨터 교육장에는 배우려는 노인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런 노인의 욕구와 정부의 지원 사이에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갭이 존재한다. 유일하게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노인을 위해 만들어 낸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에는 글씨가 작아 보이지 않는 다는 노인들의 불만사항이 많다. 또한 키보드도 노인을 위한 제품이 없다. 한 노인복지관에서 3년째 어르신 컴퓨터 강좌를 강의하고 있는 한 강사는 노인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디지털기회지수 세계1위인 우리나라는 고령화속도도 세계1위다. 늘어나는 노인의 특성을 고려하고 조금만 연구한다면 좋은 고령친화정보화용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탁상공론 적 지원이 아닌 노인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을 기초로 지원이 돼야 할 것이다.

윤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