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240원 쳐주는데 하루에 두 보따리 정도 채우면 정말 잘한 거지. 부지런해야해, 하지만 힘들어.”

지하철 출퇴근 시간에 폐지 줍는 노인들. 경쟁적으로 폐지 줍기에 바쁘다.

 

올해 70살인 최양자(가명)씨는 폐지 수집을 하면서 몸무게가 7kg이 나 빠져 50kg이 채 못된다. 최씨는 글씨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르고 계산할지도 모른다. 누군가 장사하면 잘 할 거라고 했지만 도통 계산을 할 수 없어 못했다고 말했다.

매일 역곡역에서 새벽 5시 30분 첫 차를 타고 청량리까지 3-4번 지하철을 갈아타며 폐지를 수집한다. 그는 오전 9시면 주울 신문도 없다고 그 전에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아침 전철에서 만나는 동급 폐지 수집 노인은 5-6명. 손과 눈이 빨라야 먼저 폐지를 잡는 이곳도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지하철 안에서는 거의 속보 수준으로 움직인다. 최씨는 자기 키만한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다니며 그 안에 모은 폐지를 넣는다.

수거한 폐지들을 보따리에 담아놓고 정리하고 있는 어르신.

 

내 몸보다 큰 보따리 들고
“이 보따리들, 한 50kg 될까. 신문이 제일 돈이 많이 되기 때문에 많이 주울 수 있게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 이거 주우러 다니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요즈음에는 더 힘들어.”

그가 자신의 몸무게 보다 훨씬 웃도는 신문꾸러미를 행커에 올려놓고 부랴부랴 가는 곳은 역곡역 인근 고물상. 근처에 많은 고물상 중에 그나마 값을 잘 쳐준다고 꽤 먼 거리에 있는 그 곳으로 간다.

“고물상은 역 근처에도 많아. 근데 쳐 주는 값이 다 달라서 좀 멀긴 해도 나는 제일 많이 주는 데로 가”

역곡역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한 짐은 계단에 그냥 굴려서 내려보낸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최 씨는 장애인 5등급이다. 그러나 등급이 낮아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최씨는 폐지와 손수레 무게까지 합하면 못해도 70kg이 넘는 손수레를 끌며 차도로 다닌다. 귀도 잘 들리지 않아 뒤에서 차가 크랙션을 울려도 그는 모른다.

위험하게 왜 차도로 다니냐고 물었더니, 인도는 꺼끌꺼끌해서 잘 밀리지도 않고 턱이 많아 더 힘들기 때문이란다.

그가 고개를 두어 번 넘어 가 도착한 고물상 주인은 할머니를 보자 반긴다. 어르신이 가지고 간 폐지 무게는 55kg. 최씨는 1만 3천 500원을 받았다.



그의 한 달 생활비는 20~30만원. 폐지는 하루에 만원에서 만오천원 꼴로 벌고 나라에서 국민연금 15만원을 받는다. 그리고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많이 오거나 추운 날에는 폐지 수집을 할 수 없으니까, 날 좋을 때 많이 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50명이 넘는 노인이 찾는 고물상
최씨가 간 고물상 주인은 하루에 50명도 넘는 어르신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집에 쌓아두고 가져가라고 연락하기도 한다고. 고물상 주인은 나이 들어 연로한 분들이 고철 수집, 폐지 수집으로 연명하는 것이 보기에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유통구조상 중간 마진을 많이 떼어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최하층에서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구조를 바꾸면 노인들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몸무게보다 무거운 수레를 끌고 도로위로 걷는다. 아스팔트가 인도보다 수레가 잘 끌리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파지 재활용품이 60~70%이나 한국은 현재 20%에 불과하다. 노인이 실질적으로 모아오는 폐지들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매우 좋고 꼭 필요한 일임에 반해 그들이 받을 수 있는 돈이 너무 열악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실질적 노동 제공자인 최씨는 “불만은 없다”고 말한다. 그저 내가 자식에게 부담주지 않고 몸은 힘들지만 하루하루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욕심 없는 그도 주말은 지하철에 몸을 싣지 않는다. 신문이 주말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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