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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사회서비스원 설립이 능사 아니다“기존 민간시설 지원으로 일자리 창출과 자생력 제고해야
김명화 기자 | 승인 2018.07.13 09:00
홍인식 사회복지법인협회 회장

“복지는 정치가 아닌, 미션이자 사명감으로 해야 한다. 그 어떤 직업과 비교 선상에 놓기를 거부한다” 홍인식 사회복지법인협회장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사회서비스원(가칭) 설립에 대해 각을 세웠다. “요양·보육·장애인복지 등 각종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운영하면서 서서히 민간복지시설들이 잠식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사회서비스가 공기업으로 전환되면서부터 막대한 관리비용이 충당되는 것은 물론 그로 인한 실제적인 복지비용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전임 회장의 사임으로 지난달 6월 임시총회를 통해 추대되어 보궐임기를 막 시작한 홍인식 회장을 만났다.

복지는 ’정감‘으로 하는 것
홍 회장은 그동안 민간영역의 사업이던 사회서비스가 공공으로 확대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공공기관이 되면 3년마다 평가가 들어갈 것이고, 그때마다 엄청난 재원이 소요된다. 그 비용을 기존의 민간시설에 지원하여 일자리 창출과 자생력 제고에 기여한다면 훨씬 생산성이 있는 일일 것이다”며 복지는 ’정감‘으로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런 만큼 미션이자 사명감인 복지의 본질을 벗어나선 안 된다고도 못박았다.
정부는 2019년 시범사업을 목표로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민간 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사회서비스를 공공이 맡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가 장기요양보험과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제도 등의 사회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영세한 민간 사업자들이 난립하면서 과다경쟁과 사회서비스 기관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등으로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는 게 설립 취지다. 앞으로 공공기관이 맡아서 이용자의 편익 제공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정책 방향과 달리 민간 서비스 제공기관과 요양 보호사 등 돌봄 서비스 근로자 단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공기업의 사회서비스 질 견인은 ‘착각’
홍 회장은 “도입 초기부터 민간이 담당해왔고, 현재 전국에 분포한 민간시설들이 ‘정착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굳이 공공부문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인 문제 제기는 당연한 귀결”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정부가 계획하는 사회서비스원은 1곳당 평균 인원 70명으로 추산하고 있고, 연간 운영비는 36억 원 수준이다. 1곳당 예상 직영시설이 200개에 이르고, 소속 직원은 3000명에서 5000명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복지부는 법안 통과와 상관없이 내년부터 국공립어린이집, 공립요양시설 등 사회복지시설 3400개를 직접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추후 돌봄서비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정신건강, 중독관리 기관 등의 영역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복지시설을 민간에 위탁해서 운영하는 것만큼 국민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지 끊임없는 논의가 필요하고, 기존의 전달체계를 바꾸거나 지원하기보다는 새로운 전달체계를 개설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통제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사회복지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 또는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설립 취지에 대해서는 “공공의 비리를 우리가 얼마나 많이 목격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5000여 개의 민간사회복지시설 중에서 문제가 불거진 곳은 10여 군데 정도일 것이다. 비율로 봤을 때 이를 문제 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민간복지시설 ‘자생력’ 키워야
홍 회장은 16년간 인정재단을 독립채산제로 운영해오고 있다. 여타 재단들과 비교될 만큼 인정재단이 자생력을 갖추게 된 데에는 그의 사업적인 기질이 바탕이 되었다. 건축사업으로도 크게 성공한 그는 재단의 이사장에게는 반드시 경영능력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재단의 이사장이라는 직함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희생이 따른다. 재산을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그와 동시에 재단을 키워 나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는 사람이 많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러한 경영능력을 스스로 판단하여 능력이 부족하면 설립자로 남고 일선에서 물러나 능력 있는 이사장을 영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홍 회장은 최근 잇따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갑질 사건들이 잘못된 경영마인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도 부연했다. “법인은 분명한 독립체이다. 구성되어 있는 이사진의 동의 없이 움직일 수 없다. 문서로 말하는 인격체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사회서비스원 설립 추진 배경에는 그동안 재단 이사장들의 이러한 방만한 경영이 원인을 제공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인 이사장으로서 월급을 받으려는 사고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 자체를 망각한 이사장들이 태반이다”며 대오각성(大悟覺醒)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건축사업 외에도, 한때 경찰공무원, 교수, 정치에도 뜻을 두고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험은 인정재단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탄탄한 주춧돌이 된 셈이다. 갖가지 비리로 얼룩져 시설의 존폐위기에 놓였던 인정재단을 예기치 않게 떠맡았으나 책임감 있게 추진한 다양한 목적사업을 통해 현재 안정적으로 관리, 운영되고 있다.

탈시설의 대안 ‘그룹홈’
홍 회장은 사회복지 제도권에서 민간 시설을 위탁할 때 왜, 비영리 민간단체에 주는지에 대해서도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정말 이해가 안 간다. 대기업에 위탁하면 사회공헌을 유도하는 일인데 돈도, 경영능력도 없는 곳에 위탁하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 시설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인지하고 있는 협회장으로서 임기 내 커리큘럼을 짜서 이사장들을 교육하는 세미나를 자주 개최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협회도 안정적으로 힘을 키워나갈 방안도 모색 중이다. 협회가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회원이 배가 되어야 하지만 전국에 사회복지법인은 5000여 곳에 이르지만 그 중에서 회원에 가입한 곳은 300여 곳 정도다. 채 10%도 안 된다는 얘기다.
홍 회장은 임기 내에 회원을 배가시켜 협회의 힘을 키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 복안으로는 현재 단합이 잘 되어 있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을 임의단체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이를 통해 협회가 힘을 얻어 공기업과 민간시설이 동등하게 자생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인정재단을 통해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들은 회원들과 공유하면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홍 회장은 특히 현재 건강한 탈시설을 목표로 그룹홈 4가정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그의 이런 생각의 발로는 “4가정이 성공적인 그룹홈을 이루며 사는 모습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닌가 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커뮤니티 케어도 중요하지만 아직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이 못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인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면서 그룹홈이 가장 이상적인 탈시설임을 강조한다. 그리고는 행복한 가정을 더 많이 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면서 인터뷰 말미에 그는 “지금까지는 타인에 대한 복지만 생각해온 삶이었다면, 이제는 내 복지도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복지현장의 실천가로서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지를 잘 알 수 있는 한 마디였기에 순간적인 울림이 크게 다가왔다.

김명화 기자  mh6600@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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