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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제헌절 70주년, 미투 운동에 화답하는 젠더 변혁적 개헌이 절실하다국회는 지금 당장 성평등 개헌을 포함한 개헌 논의를 시작하라
조시훈 기자 | 승인 2018.07.17 11:24

오늘은 대한민국의 헌법 제정 70주년을 맞는 제헌절이다.

1948년 7월 17일 제정한 헌법(이하 “제헌헌법”)은 분단의 상처 속에서도 식민 지배를 극복하고 독립된 자유민주국가라는 근대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골간이 되었다. 제헌헌법은 70년간 현대사의 굴곡과 변혁의 과정을 거치며 9차례의 개정으로 오늘날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헌법은 한 국가의 최고규범으로 국가운영의 기본 원리와 시민들의 기본권 보장, 권력 기구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기본권 보장의 마그나카르타이고, 정치권력에는 권력의 정당성 부여와 권력 사용의 한계 원리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헌법은 주로 정치적 격변기나 변혁기에 무대의 전면에 등장한다.

제9차 개헌의 결과물인 현행 헌법이 6월 민주화 대항쟁의 결실이었듯이, 제10차 개헌논의 또한 부패한 권력 교체와 국민 주권, 기본권 강화 요구 및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의 지속가능성 제고라는 촛불시민들의 요구로 촉발되었다.

한국은 공고한 성별 고정관념과 성별권력관계로 인해 OECD 국가 중 여성들이 가장 일하기 힘든 나라이다. 최근까지의 법, 정책 등 제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여성의 공적 참여, 고용, 교육, 건강, 가족제도에서의 실제 삶과 젠더에 기반한 폭력과 차별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2018년 조직 내 성추행 피해와 2차 피해에 대한 한 검사의 공개 폭로 이후 빠른 속도로 전개되어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 운동과 불법촬영에 대한 형사사법에서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는 혜화역 집회 등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차별당해 온 여성들의 권리선언이다. 성폭력, 성차별 근절은 물론이려니와 뿌리깊은 성차별 구조와 문화를 바꿔내라는 변혁의 절실한 몸부림인 것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 국민들의 민주화 투쟁의 결과물이나, 1985년 1월 발효한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이 한국사회에서 살아있는 규범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때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현행 헌법은 여성을 사적 영역에서 재생산 노동영역에 주로 머무르는 것으로 보아 공적 노동과 생산 노동에서의 보호 대상이자 모성의 대상으로만 삼고 있다. 이런 관점을 수정함과 동시에 몇몇 여성을 대상으로 한 특화정책이 아니라,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국가의 목표로 분명히 하여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및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2030) 등 보편적 국제 인권규범에 맞게 국가의 근본규범을 바꿔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성평등 개헌은 사회구조 변혁을 위한 현재 한국 여성운동의 당면 주요 현안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연합은 정치권이 무산시킨 제10차 개헌을 위하여 ‘성평등’이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이자 기본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현행 헌법의 성평등에 대한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관점을 극복하고, 여성에 대한 보호주의적 관점을 전환해 성평등이 국정 운영의 핵심 요소가 되어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으로 성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촉진하기 위해서는 헌법에서부터 젠더 변혁적인 개헌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평등 개헌’은 모든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고, 성차별을 시정하며,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러한 여성들의 변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6.13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를 통한 제10차 개헌을 무산시키고 말았다. 무산된 대통령 발의 개헌안은 ‘모든 영역에서의 여성 대표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여성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 반쪽짜리였음에도 권력구조에 관한 당리당략적 이해관계로 인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하기 위해, 뿌리깊은 성차별 구조를 해소하고 성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성평등 개헌’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여성 시민들의 젠더 변혁적인 개헌 요구에 성실하게 응답해야 한다. ‘여성’이 빠진 ‘민주주의’는 온전하지 않으며, ‘성평등’ 가치 실현 없이 민주주의는 완성될 수 없다. 국회는 지금 당장 성평등 개헌을 포함한 개헌 논의를 시작하라.

2018년 7월 17일
한국여성단체연합

※위 논평/성명은 각 기관의 알림자료로써 당사의 보도기사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조시훈 기자  bokji@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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