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영리의료법인 병원의 도입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제주도가 도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가운데 시민단체와 야당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의료민영화 및 국내 영리병원 저지 제주대책위원회’가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영리병원 추진을 위한 여론 조사 실시계획을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도는 24~25일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영리병원 설립찬반 여론조사를 할 계획이다.

제주도뿐 아니라 영리병원 설립에 동조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참여연대는 23일 오전 서울 계동 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인 제주 영리병원 허용 추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제주도가 공무원과 공무원 부인까지 동원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으며, 도내 363 곳의 읍면동단위 모든 곳에서 임시반상회를 열어 일방적 영리병원 찬성홍보물을 나눠주는 등 관제 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며 “심지어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자들은 반미·친북 세력이라는 문건을 주민교육 참고자료용으로 공무원에게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가 ‘영리병원이 설립되어도 의료비 상승은 없다’ 등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이명박 대통령부터 관계부처 장관까지 건강보험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이 한달 전”이라며 “도대체 국민들이 정부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한단 말인가”라고 지적하며 “우리나라의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 되는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을 당장 중단 할 것을 정부와 제주도 당국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도 23일 제주 영리병원과 관련 성명을 내고 “김태환 제주지사의 마가파식 영리병원 추진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이명박 정부와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주 영리병원 추진을 위해 여론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료 재벌들에게 국민의 건강권을 팔아 넘기는 파렴치한 짓”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은 제주도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의료 민영화의 신호탄”이라며 “빈약한 건강보험의 현실에서 정부가 영리병원을 허용하게 되면 의료 폭등과 의료 빈익빈 부익부로 건강마저 양극화되는 암울한 미래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환 지사가 책임질 일 있으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진보신당은 “국민의 건강권은 김 지사가 책임질 수 있는 영역도, 김 지사의 권한이 미치는 영역도 아니”라며 “김 지사는 제주도민의 건강을 팔아 먹는 영리병원 추진이나 중단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한편 김태환 제주지사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이 정부정책과 도정의지를 신뢰하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여론 조사 결과가 ‘영리병원 허용반대’로 나올 경우도 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문정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