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민영화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가 병원 영리화 추진으로 들끓고 있다.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 지사가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 설립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를 24, 25일 양일간 실시해 내국인 영리 의료법인의 도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도가 영리병원을 추진하기 위해 공무원을 총동원해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 제주도 혁신기획관실 내부 문건이 공개됨에 따라 드러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제주도는 외국인에게 영리 의료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기존 제주특별자치도법을 개정해 내국인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시민단체들과 의료민영화 및 국내영리병원저지 제주대책위는 전국적인 영리 의료법인화의 첫걸음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가 내세우는 핵심 논리는 외국 환자 유치를 통해 도 경제를 활성화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지난 3년간 최고의 의료서비스의 병원을 만들어 세계의 부유한 환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에 대해 단 한 건의 외국자본 유치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결국 제주도는 외국 자본 유치 실패를 내국인 영리법인 허용으로 돌려 막으려는 것이다. 

제주도의 영리 의료법인 허용은 제주도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료제도는 의료공급과 의료재정으로 구성되는데, 어느 하나라도 영리체계가 제도화 되면 나머지 하나도 따라갈 것이므로 이 같은 경우 의료제도가 민영화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병원의 90%는 민간병원이지만 영리병원은 하나도 없다. 제주도에 내국인 영리병원이 설립되면 우리나라 최초가 된다.

제주도에서 영리 의료법인의 물꼬를 트면 제주도 특별자치도법과 동일한 법률적 지위에 있는 경제특구법상의 경제특구로 급속히 확산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전국에 6개의 경제특구가 있으므로 결국 전국 병원의 영리화로 번지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내국인의 영리병원 이용을 막을 수 없고, 이를 이용하는 내국인들은 고액의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국민들이 늘게 될 것이다.

결국 영리병원은 민간 의료보험의 확대로 이어지고 이는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을 약화 시켜 국민뿐만 아니라 기업 경쟁력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 국가의 의료제도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국민들의 건강수준 향상에 있다. 그런데 의료제도의 가장 궁극적 목표를 망각하고, 마치 의료가 경제성장에 복무해야 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건 한 참 잘못된 것이다.

먼저 정부가 제주도에 내국인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소수만 혜택을 보는 의료 관광산업과 영리의료기관에서 국민들을 위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눈을 돌려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충이다. 제주도는 이제라도 행정력을 동원한 여론몰이로 근시안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또한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수준으로 높이도록 노력하고 더 이상은 국가 의료제도 근간을 흔드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최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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