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봉씨가 배추농사를 짓기 위해 밭을 고르고 있다.

 이번 파워시니어 주인공은 봉사하는 마음이 꽃처럼 아름다운 이규봉 어르신.

경기도 의왕시 부곡 3동 경로당에는 운영비가 여느 경로당보다 여유롭다. 그 이유는? 바로 무쇠라고 불리는 지칠 줄 모르는 정열의 어르신 이규봉(65, 남)씨 덕분이다. 이곳 회장 신광균 씨(78, 남)는 이씨를 “경로당의 보물”이라고 부른다.

외지 사람들은 거의 없고 부곡 토박이 사람들로 모인 이 경로당은 친분이 남다르다. 어릴 때부터 호형호제 부르며 살았던 터라, 의견통일도 잘 되고 서로를 가족으로 대한다.

신 회장이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운영비 30만원으로는 난방비 포함 전기세, 수도세 등을 충당하기 턱없이 부족해 힘들어하자, 이규봉씨가 “어디, 방법을 함께 모색해보자”며 일거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
2007년에는 경로당 뒤 터에 하우스를 만들어 고추농사를 지어 그 수익금 약 180만원을 경로당 운영비로 냈다.

올해는 뒤 터에 도로가 나는 바람에 하우스가 없어지고 대신, 검은 천막을 치고 그 안에 표고버섯을 키우고 있다.

이규봉씨가 만든 표고버섯 재배실.

 

이 작은 경로당에서 하는 수익사업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올해부터 시작한 폐지 및 고물을 모아 인근 고물상에 파는 일이 한 달에 약 30~ 40만원의 수입원이 된다.

그리고 뒤 터 땅을 고르고 있다. 김장을 대비해 배추농사를 짓기 위함이란다. 여러 일을 쉼 없이 하는 그는 그야말로 그의 별명처럼 무쇠, 철인이다. 물론 이 배추는 경로당 어르신들과 함께 나눈다.

그렇게 늘 땀을 흘리며 일하는 그가 안타까워 경로당 어르신들이 일이라도 할라치면 그는 손사레를 치며 말린다. “어르신들은 앉아계세요, 일하다 몸이라도 다치면 큰일입니다”며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에 경로당 회원들은 혀를 내둘렀다고.

신 회장은 이 씨가 전직 신협 이사장도 지냈던 사람이지만 겉치레나 체면을 차리지 않는 진국이라고 칭찬한다. 실제로 이씨는 자신이 몸담았던 신협에 가서 폐지를 수북이 가져오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경로당 일만 하는 게 아니다. 그는 보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경로당 앞은 물론이거니와 동사무소 앞 터, 공원 터 에도 꽃을 심는다.

길 가 꽃 심기, 표고버섯 키우기, 김장배추 심기 등 그가 경로당 어르신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동네 어르신들이 다 나를 키웠어. 이제 나는 은퇴도 하고 그간 받은 은혜를 갚는 게 내일이야.”

경로당 뒤 터에서 배추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고르며 땀을 비 오듯 쏟는 농사꾼 이규봉씨의 눈이 밀짚 모자 아래에서 반짝인다.

그가 일구어 내는 희망 한 자락이 지역사회를 살찌운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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