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규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사무총장)

사회복지는 양극화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제도적, 행정적, 임상적 노력을 기반으로 하는 바, 지난 2005년부터 진행된 복지 예산 지방이양으로 인해 오히려 양극화를 가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본래 복지예산 지방이양은 지방정부의 복지재정에 대한 자율성 신장과 정부보조금의 효율성 증대, 나아가 지역현실에 맞는 복지계획의 수립과 지역민의 주체적인 예산 수립에 참여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복지예산의 증대를 꾀하려는 의도로 추진되었음에도 결과적으로 현장의 사회복지시설에서 체감하는 문제는 사회복지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회피, 지방정부간 혹은 복지영역내 부문 간 불평등 심화 등의 심각한 근원적인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근본적으로 복지예산 지방이양은 복지문제 해결의 주체가 누구에게 있는가의 차원에서 보면 결국 중앙정부가 자국민의 복지에 대한 균형적인 발전과 책임 그리고 주체적인 역할에 대한 회피로 볼 수밖에 없으며, 특히 지방화시대 운운하면서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슬로건으로 외치면서도 복지는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것이 현실 상황이며, 지자체 단체장의 소위 사회복지 마인드에 따라 사회복지 부문이 우선순위에서 좌시되는 불안정한 예산구조가 무엇보다도 큰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예산 지방이양에 따른 문제점들은 수 없이 지적되어 왔지만 상기하는 차원에서 강조하자면, 첫째 사회복지시설 운영비의 삭감, 혹은 동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서 전국 사회복지관이 소재하고 있는 16개 광역단체별 2004년-2007년도 경상운영비 및 재가복지봉사센타 보조금 지원현황을 살펴보면, 재정자 주도와 보조금의 상승률이 대략적인 비례추세 임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자주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상승폭이 낮고, 자립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비교적 상승폭이 높으며, 특히 2004년도와 복지예산 지방예산 원년인 2005년도, 완전한 지방이양이 이루어진 2006년도를 비교하면 더욱더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남, 제주, 충북 등의 경우는 보조금의 삭감 되거나 회계연도가 시작됐는데도 보조금의 미확정으로 추경예산 편성으로 기본 운영비를 해결하는 등 매우 불안정한 예산운용을 하고 있는 사례도 볼 수 있다.

2004년부터 서울 외 대부분의 지역에서 정부보조금의 인상폭이 물가인상폭 또는 종사자 임금의 자연 상승폭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소폭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부산광역시가 2008년부터 지역사회복지계의 각고의 결과로서 중폭수준의 보조금 인상이 이루어지는 정도일 뿐 대부분의 지방에서는 매우 열악한 보조금 수준을 벋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 했을 것이라 볼 수 있지만 복지예산 지방이양에 따른 문제점 중의 하나임은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사회복지노동자의 처우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정자주도가 열악한 지역에 종사하는 직원과 수도권에 종사하는 직원은 복지예산 지방이양 이전에도 격차가 존재하였지만 지방이양 이후 점차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며, 나아가 사회복지 노동자의 비정규직 양산, 고용의 불안정, 전문성 약화 등의 문제들로 확산되는 결과를 조장. 유기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광역단체 내에서도 기초단체별로 보조금이 차등지원 되는 경우가 많아 인접지역임에도 종사자의 인건비 격차가 있어 사회복지노동자 상호간에 위화감을 조성 혹은 방조 하고 있으며 순기능적인 사회복지 전문성의 공유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셋째, 모든 사회복지 정책은 예산과 직결되기 때문에 소위 ‘돈줄’을 쥐고 있는  지방권력의 횡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상대적 ‘약자’인 사회복지시설들이 사회복지적 가치나 신념에 반하는 지방권력에 줄서기를 하는 한심한 양태를 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서 사회복지시설의 위탁과 관련한 민감한 상황에서 현 예산구조와 사회복지시설과 지방권력과의 역학관계를 보면 지방권력의‘전지전능’한 힘을 이해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결국 복지예산 지방이양이 지방정부의 자치권 강화보다는 역기능으로서 정치적인 메카니즘에 의하여 악용되는 소지가 농후하다고 볼 수 있다.

넷째, 복지예산 지방이양 이후 타 지역 클라이언트에 대한 서비스 거부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서비스는 일반적으로 발생주의 원칙에 의하여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 욕구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에서 정당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시설이 없을 경우 부득이하게 타 지역의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의 경우 타 지역의 복지대상자에 대한 서비스제공에 제한을 두고 있어 사회복지 서비스의 공공적 성격을 훼손하고 있다. 결국 복지예산 지방이양이 지역 간 상호 배타적 복지서비스 양상을 방조, 유도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후진적 공공서비스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방이양 예산의 1차 시한이 2009년도 인 점을 감안하여 볼 때 사회복지계는 적극적인 정치적 노력을 통하여 복지예산의 중앙환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하며 이를 위한 건강한 토론과 협의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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